모진 말들이 남긴 깊은 흉터
엄마.
당신의 말들은 항상
'겨울' 같았던 거, 알고 있었나요?
아무리 뛰어다녀도
따뜻해지지 않는 방처럼,
아무리 애를 써도
따뜻해질 수 없는 말들로
나는 매일 얼어붙었어요.
"넌 왜 그것밖에 못 해?"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니?"
"도대체 누굴 닮아서 이래?"
엄마의 목소리는
항상 내 가슴 깊숙이
비수처럼 꽂혔지요.
나는 그저
칭찬을 기다리던 아이였는데,
당신의 말은 칭찬 대신
날카로운 칼날을 건네주었어요.
사소한 실수에도.
아직 어린 나에게도.
당연하다는 듯 날아들던 그 모든 말들이,
처음에는 아팠어요.
정말 많이 울었네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울지 않는 법을 배웠어요.
슬픔이 아니라
무감각으로 견디는 법을요.
엄마,
당신은 알았나요.
아이가 울음을 멈출 때는,
상처가 아물어서가 아니라
아예 느끼지 않기로 결심했을 때라는 걸.
그때 나는 마음을 접었어요.
기대하는 걸 그만두었고요.
이해받고 싶은 마음,
사랑받고 싶은 마음,
전부 조용히 덮어버렸지요.
"엄마는 널 위해서 그러는 거야."
"엄마가 아니었으면 네가 이렇게 컸겠니?"
당신이 말하는 사랑은
왜 그렇게 아프기만 했던 걸까요,
내가 원하던 사랑이 아니어서 그럴까요?
왜 나는 '그'사랑을 받을수록
더 작아지고, 더 무너지게 되었을까요.
당신은 기억하나요.
어느 겨울밤.
조용히 방문을 닫고,
당신 딸이 한참을 울다 지쳐 잠들었던 걸.
그것도 소리를 속으로 삼키며,
숨 죽인 채로 말이에요.
아.
아마도 아예 모를 수도 있겠네요.
그 작은 방 안에서,
매일 마음이 한 움큼씩
조각나고 있었다는 사실을.
혹시,
당신도 그렇게 자랐던 건가요?
혹시,
당신도 어쩔 수 없었던 건가요?
최근에 나한테 그랬죠.
"너도 이제 나이가 있는데,
엄마를 이해할 때도 되지 않았니?"
하고.
아마도 엄마는,
그 어릴 적 트라우마가
딸의 한평생을 좌지우지할 거라는 걸
전혀 모르고 있었나 봐요.
아픔과 슬픔.
겉과 속의 가난함은
반드시 대물림된다는 것을요.
엄마는 본인이 아팠던 만큼
나를 아프게 했고,
나는 상처받은 만큼
또 다른 상처를 품게 되었지요.
당신은 또 몰랐겠지만,
나는 매번 당신의 말에 무너진 후에도,
다시 사랑을 구걸하는 아이였어요.
엄마의 관심 어린 눈빛을 바라는,
그저 어디에나 있을 그런 아이였어요.
한 번만,
단 한 번만,
"잘했어"
라는 말을 듣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엄마,
끝내 나는 그 말을 듣지 못했어요.
그 대신,
나는 스스로를 다그치는 어른이
되어 버렸네요.
실수하면 자책하고,
아프면 숨기고,
힘들어도 참는 어른으로.
그리고 오늘,
나는 처음으로 묻고 싶어 졌어요.
당신은, 진심으로 나를 사랑했나요?
아니면,
그저 나를 살아남게 하려 했던 건가요?
당신에게 차마 물을 수 없지만,
나 스스로에게는 솔직해지려 해요.
사랑을 갈망하면서도,
칼날을 사랑이라 착각했던 그 시절을
조금씩 내려놓으려 해요.
"사랑의 매" 라던 그 잔인한 말을.
엄마,
나는 이제 겨울을 지나
조심스레 봄을 꿈꾸고 있어요.
당신의 말은 여전히 아프지만,
그 아픔에만 머물지 않기로 결심했거든요.
이 크고 넓은 울타리 안에서도,
숨 쉴 구멍은 있어야 하니까요.
오늘 이 글은,
오랫동안 속 안에 담아두었던
작은 조각을 꺼내는 기분으로 썼어요.
말끝마다 속상했던 그 시절의 나를,
조심스레 안아주고 싶었습니다.
다음 이야기,
내가 선택한 침묵
–사랑받기 위해 삼켜야 했던 것들
에서는
왜 나는 침묵을 선택했는지,
왜 마음을 닫는 게
살아남는 방법인지를
고백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