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연하다고 여긴 상식이 누군가에겐 상처가 되기도 했다.”
친한 동생이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많이 힘들어하던 시기였다.
그 시간은 예상보다 길어졌고,
동생은 좀처럼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나는 말을 아끼고,
그저 들어주는 것으로 위로를 대신했다.
시간이 꽤 흘렀지만,
여전히 힘들어하던 동생을 보며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우리, 잠깐 바람 쐬러 갈래?”
그렇게 우리는 여행을 떠났다.
어느 날, 동생과의 통화 중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남자친구가 마지막에 그러더라.
‘너는 상식이 없어’라고.”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도 조금 당황스러웠다.
가장 가까웠던 사람에게
그런 말을 들었다는 건 얼마나 큰 상처일까.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궁금했지만, 깊이 묻지는 않았다.
나는 그저 묵묵히 들어주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동생과 여행을 함께 하며
그 남자의 말이 어렴풋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첫날, 더운 날씨에 에어컨을 틀자고 했을 때
동생은 단호하게 말했다.
“안 돼요.”
순간 당황스러웠다.
‘안 돼요’라니, 무슨 말이지?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 채
무작정 거절하는 동생이 이해되지 않았다.
둘째 날, 매운 갈비찜을 먹으러 갔을 때였다.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나와
맵지 않으면 맛이 없다는 동생 사이의
단순한 선택 하나가
은근한 긴장을 만들었다.
즐거워야 할 식사 자리였지만
불편하기만 했다.
여행 중 이런 사소한 일들이 반복되면서
나는 점점 지쳐갔다.
크게 다투지는 않았지만,
작은 배려의 부재가 쌓이자
결국 마지막 날, 감정이 터졌다.
“오늘은 따로 자자.”
내 말에 동생은 당황한 얼굴로
갑자기 왜 그러냐고 물었다.
여행 내내
‘혼자 왔으면 더 편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고,
결국 마지막 밤,
감정을 드러낸 나는 동생을 보며 깨달았다.
우리가 생각하는 ‘존중’과 ‘배려’의 기준이
전혀 달랐다는 걸.
그 여행 이후,
우리는 예전처럼 가깝게 지내지 못했다.
서로를 탓하지는 않았지만,
엇갈린 채 유지되는 관계는
양쪽 모두에게 피로한 일이었다.
그 일을 계기로 확실히 알게 되었다.
다름은 존중할 수 있어도,
기본적인 예의와 태도가 맞지 않으면
관계는 오래가기 어렵다는 것을.
상식과 태도가 어긋난 관계는
결국 서로를 지치게 만든다.
지금 생각해 보면,
동생의 전 남자친구도 나와 비슷한 감정을
겪었을지도 모른다.
사랑한다고 해서
모든 차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건 아니다.
어떤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지고,
결국 관계 자체를 흔들기도 한다.
이제 나는,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사람과
적당한 거리에서 건강한 관계를 맺고 싶다.
무리해서 맞추려 하지도 않고,
상대가 나에게 무리하게 맞춰주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대신, 기본적인 예의와 배려가
자연스럽게 오가는 관계.
그런 관계 속에서는
굳이 애쓰지 않아도 편안하고,
오래 함께해도 지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믿는다.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크고 화려한 말보다,
작지만 지켜지는 기본이라는 것을.
상식과 태도의 거리만큼,
우리의 관계도 달라진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