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마음으로
누군가를 사귄다는 건,
시간도 마음도 천천히 건네는 일이다.
마음이 크면 클수록 더 많이 주게 되고,
그만큼 자신을 조금씩 덜어내게 된다.
어쩌면 그건 ‘희생’이라고 불릴 수 있는 일이다.
어떤 사람과의 관계는
큰 노력이 필요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힘을 들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는 경우도 있다.
조금 어릴 때는 이 균형을 잘 알지 못했다.
내가 마음을 준 만큼 돌아오지 않으면
서운했고, 억울했다.
연인이든, 친구든—
“나는 이렇게까지 했는데”라는 생각이 쌓이다 보면
결국 마음이 상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에너지 이상을 쏟았기 때문이었다.
나를 소모하면서까지 관계를 이어가다 보면
언제부턴가 마음은 순수함보다 계산에 가까워진다.
‘내가 준 만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를 잡고,
상대에 대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뀐다.
서툰 관계에서 몇 번 다치고 나서야,
사람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는 법을 배웠다.
이젠 애써 붙잡지 않는다.
그저 흐르게 둔다.
그 속에서 나 자신을 잃지 않는 쪽을 선택하기로 했다.
물론, 모든 희생이 나쁜 건 아니다.
사랑과 우정은 어느 정도의 배려와 양보 위에서 자라나니까.
하지만 건강한 희생과 자기 소모는 다르다.
희생이 관계를 지탱할 수는 있지만,
그게 나를 무너뜨리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이제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마음을 주려 한다.
붙잡아야 이어지는 관계보다,
흘러가도 닿는 관계를 소중히 여기기로 했다.
그래야 관계도 오래가고,
무엇보다—
나 자신도 지치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