暮歸(모귀) 저물어 돌아오며(七言律詩, 拗體)
대종 대력 3년(768) 가을, 강릉(荊州의 치소가 있던 곳임)의 공안(公安 : 호북성 공안현)에 머물 때 지었다. 이 해 정월에 두보는 기주(夔州)를 떠나 3월에 강릉에 도착했으며, 강릉에서 다시 장안을 향해 북으로 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 해 2월에 상주(商州 : 치소가 섬서성 상현에 있었음) 병마사(兵馬使) 유흡(劉洽)이 방어사(防禦使) 은중경(殷仲卿)을 살해하고 반란을 해 조정에서 파병해 토벌에 나섰고, 8월에는 토번의 침입으로 장안이 위태하여 북으로 가려던 계획이 틀어지고 말았다.
霜黃碧梧白鶴棲(상황벽오백학서) 서리에 누레진 벽오동에 백학 깃들고
城上擊柝復烏啼(성상격탁부오제) 성 위에 딱따기 치자 까마귀 다시 우네.
客子入門月皎皎(객자입문월교교) 교교한 달빛 아래 나그네는 문에 드는데
誰家搗練風淒淒(수가도련풍처처) 서늘한 바람결 속 어느 집 옷 짓고 있나?
南渡桂水闕舟楫(남도계수궐주즙) 남으로 계수 건너려니 배와 노가 없으며
北歸秦川多鼓鞞(북귀진천다고비) 북으로 진천에 가려니 전고 소리 소란하네.
年過半百不稱意(년과반백불칭의) 반백의 나이 넘도록 뜻에 맞는 것이 없으니
明日看雲還杖藜(명일간운환장려) 내일도 지팡이 짚고 나가 구름이나 바라보리.
* 격탁(擊柝) : 딱따기를 치다. 柝은 밤에 야경(夜警)을 돌 때 시간을 알리기 위해 손에 쥐고 치는 짤막한 두 개의 나무 막대.
* 객자(客子) : 두보 자신을 가리킴.
* 도련(搗練) : 겨울옷을 짓기 위해 옷감을 다듬이질 하는 것을 의미한.. 練은 명주를 삶아 희고 부드럽게 만든 것.
* 계수(桂水) : 강릉의 남쪽을 흐르는 하천. 지금 호남성 빈현(彬縣) 서쪽 40리에 위치해 있으며 북으로 영흥현(永興縣) 방면으로 흘러 뇌강(耒江)으로 유입됨. * 주즙(舟楫) : 타고 갈 배편을 가리킴.
* 진천(秦川) : 장안 남쪽의 진령(秦嶺) 산맥에서 흘러나온 하천. 번천(樊川)이라고도 함. 여기서는 장안 일대를 가리킴. * 고비(鼓鞞) : 전고(戰鼓)와 같음. 전란을 비유함. 이 해 가을 토번이 영주(靈州 : 영하회족자치구 영무)와 빈주(邠州 : 섬서성 빈현) 등지를 침략해 장안에 계엄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