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과 불안 속에서 버티는 청춘
쌩퇴사는 나에게 잠깐의 정신적 여유를 주었지만, 현실은 한순간도 가볍지 않았다. 경북에서 살던 시절보다 훨씬 높아진 주거비가 매달 목을 조여왔다. 월세, 공과금, 통신비, 보험료, 교통비… 아무리 줄이려 해도 고정 지출은 끊임없이 빠져나갔다. 버는 돈이 없으니 통장은 점점 바닥을 드러냈다.
밤마다 잔고를 들여다보며 앞으로 나갈 돈까지 계산하다가 잠드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이래선 안 된다. 언제 취업할지 모르는데, 내가 과연 잘할 수는 있을까?’ 초조함과 불안이 한꺼번에 몰려와 양손을 뜯지 않고는 버틸 수 없었다.
그래서 닥치는 대로 정보를 찾아봤다. 그나마 눈에 들어온 건 1회성 청년수당이었다. 상담 한 번 받고 심사 거쳐 지급되는 방식. 곧바로 회원가입을 하고 가장 빠른 상담 일정을 예약했다.
예약 당일, 한낮의 뜨거운 열기를 뚫고 청년센터에 도착했다. 50분간 1:1 상담이 진행됐다. 여러 카테고리 중 가장 인기 있는 건 취업상담, 그다음은 심리상담이었다. 내가 잡은 건 그나마 빨리 가능한 직무상담이었다.
상담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머릿속이 조금은 정리된 듯했지만 결과는 최소 3개월 뒤에나 나온다고 했다. 3개월… 그 시간 동안 무얼 먹고살아야 할까. 버스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이 이상하게 멀게만 느껴졌다.
결국 선택한 건 쿠팡 알바였다. 여름 한복판에 쿠팡이라니, 나도 참 별수 없었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오후 근무는 밤을 새야 해서 체력이 버틸 리 없을 것 같아 주간 출고 파트를 신청했고, 곧바로 출근 확정 문자가 왔다.
첫날은 오전 교육만 버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11시가 되자마자 바로 현장 투입됐다. 예전에 몇 번 해본 적이 있어서 업무 감은 빨리 잡았다. 문제는 더위와 체력이었다.
창고 안은 말 그대로 찜통이었다. 얼음물을 들이켜도 소용없었고, 사람들 등줄기마다 소금기가 하얗게 말라붙어 있었다. 진짜 짜증이 났던 건 정수기 물통을 제때 갈아주지 않아서 물 없이 마른침과 약간의 얼음이 녹았을 때 한 모금씩 마셨다. 어찌나 갈증 나면서도 신경질이 나던지..! 종아리와 발바닥은 불타는 듯 아팠고, 땀범벅이 된 몸으로 세수를 하러 가니 벌겋게 올라온 얼굴이 그렇게 안쓰럽게 느껴졌다..
쿠팡 출고 업무는 PDA에 로그인해 시키는 대로 토트를 옮기면 되는 단순 작업이다. 하지만 막상 해보면 신경 쓸 게 많았다.
토트 바코드 찍기
위치 QR 코드 스캔
무게 과적 금지(8킬로 이상)
액체류는 반드시 뽁뽁이에 포장
마감 시간 맞추기
마감 건을 놓치면 관리자 호출이 뜨니 항상 PDA 화면을 주시해야 했다. 하루 3만 보 넘게 걸으며 사다리를 타고 카트를 밀고, 컨베이어벨트에 토트를 싣고 새로 카트에 채우기를 반복했다. 8킬로는 정말 책이나 김치, 쌀류로 되어있으면 체감상 더 무겁게 느껴졌고 그 외 껌이나 과자 장난감 화장품 등등으로 이뤄져 있으면 가볍게 느껴졌다. 물론 무게는 같았다. 영원 같았던 근무시간을 지나
퇴근길, 다리는 이미 천근만근이었다. 신발을 벗자 발바닥이 화끈거렸고, 종아리는 단단히 부어올라 있었다.
쿠펀치 체크아웃을 하고 카드키 반납 후 셔틀 타고 있으니 멍하게 무슨 말도 생각이 잘 안 났다.
졸고 깨고 반복하고 있을 때쯤 하차하고 집 와서 후다닥 샤워부터 했다. 눈물 나게 아파도 꼭 폼롤러로 확실하게 종아리를 풀어줬을 때쯤 생각났다.
‘다음에 쿠팡 갈 땐 헤어밴드랑 넥풍기 꼭 해야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쓰러지듯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