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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는 감정이 많이 드는 일이다〉

by 김예지

장사를 시작하고 나서
가장 먼저 알게 된 것.


일보다 감정이 먼저 소진된다는 사실.


몸이 피곤한 건 금방 잊히는데,
감정이 흔들린 날은
밤까지 기분이 남는다.


한 손님의 말 한마디,
커피를 마시는 표정 하나,
작게 튕겨 나온 불만,
조용히 떠난 발걸음까지—


그 모든 게 내 감정과 맞닿아 있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소비의 한 장면이겠지만,
내게는
하루를 준비한 정성과 마음이 담긴 순간이니까.


좋은 날은
하루가 참 따뜻하다.

고마운 말을 듣거나,
커피가 맛있었다는 메시지가 오면,
내가 만든 작은 세계가
누군가에게 닿았다는 감정에
뭉클해진다.


그런데,
그만큼 감정이 쉽게 다치기도 한다.


예고 없는 컴플레인,
무심한 말투,
눈을 마주치지 않고 툭 던지는 주문.


그런 날은
내가 괜히 예민한 건가 싶어
더 마음이 조용해진다.


장사는 감정이 많이 드는 일이다.

매일 같은 공간에 있지만
매일 다른 감정을 견뎌야 한다.


웃고 있지만
속으론 여러 번 상처받고,
“괜찮습니다”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괜찮지 않을 때도 많다.


그런데도
다음 날 또 문을 연다.

커피를 내리고,
공간을 정리하고,
손님을 맞는다.


왜일까.

그건 아마도
이 일이 단순히
‘팔고 벌고’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매일 감정을 주고받으며
사람을 만나고, 나를 확인하고,
하루를 살아낸다.


그 속에서
감정은 빠져나가지만
그만큼 나도 무언가를 채운다.


가끔은 손님의 한마디가
며칠을 버티게 하고,

어느 날은
내가 내린 커피 한 잔이
누군가의 무거운 하루를
조금은 가볍게 해 준다.


장사는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매일 다른 감정과 마주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감정을
무너지지 않게 껴안고 살아내는 일이기도 하다.

나는 이제 안다.


장사란,
감정이 드는 일이 아니라
감정으로 만들어지는 일이라는 걸.


그래서 나는 오늘도
사장이라는 이름으로,
사람이라는 마음으로
공간을 열고, 감정을 맞이한다.


지치지 않기 위해
덜 느끼는 것이 아니라,
느끼되 무너지지 않는 연습을 한다.


이 일을 계속하려면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는,
마음을 덜어내는 대신
더 단단하게 담아내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게
내가 오래도록
좋은 사장이 되는 길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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