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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무휴, 나의 하루도 쉬지 않는다〉

by 김예지

우리 매장은 연중무휴다.


명절도 없고,
쉬는 날도 없다.


물론 누가 강요한 건 아니다.
내가 스스로 그렇게 정했다.


사람이 오든, 오지 않든
문을 열고
커피를 내리고
음악을 틀고
자리를 닦는다.


그렇게
하루를 시작한다.

그게 어느덧
내 삶의 기본 리듬이 되었다.


누군가 “왜 그렇게까지 해요?”라고 물으면
나는 선뜻 대답을 못 한다.

그저 이렇게 하는 게
나를 더 나답게 만드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
불을 켜고
커피 머신을 예열하면서
나는 나를 깨우고,
내 하루를 준비한다.


연중무휴라는 말은
겉으로는 ‘장사를 쉼 없이 한다’는 뜻이지만
내게는 조금 다르다.


나도, 나의 감정도,
하루도 멈추지 않고 살아가겠다는 다짐 같은 말.


어떤 날은
너무 조용해서
공간 안에 나 혼자뿐인 것 같고,

어떤 날은
너무 북적여서
감정이 따라잡지 못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 어떤 날이든
매장 안에서 나는
매일 나를 지키는 훈련을 한다.


연중무휴라는 건
몸을 지치게 하는 일정이 아니라
마음을 단단하게 만드는 루틴이다.


물론 가끔은
멈추고 싶은 날도 있다.

잠을 더 자고 싶고,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고,
커피 향 대신 이불 속의 온기를 택하고 싶은 날.


하지만 그런 날에도
문을 연다.
나를 위해서.
그리고 이 공간을 위해서.


그렇게 하루를 쌓아 올리면
어느 날은
손님 한 사람의 말 한마디가
그 모든 피로를 씻겨주기도 한다.


“여기, 늘 열려 있어서 좋아요.”

그 말 한 줄에
나는 또
내일의 문을 열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연중무휴라는 말은
‘열심히 산다’는 말보다
‘나의 시간을 책임진다’는 말에 가깝다.


누군가는 쉼 없이 살아가는 삶을
답답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안다.


이 선택이
나를 얼마나 단단하게 만들고 있는지.

내가 문을 열어야
내 하루도 열리니까.


그렇게 오늘도,
휴무 없는 내 마음과 함께
연중무휴의 하루가 조용히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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