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막. 보름
나는 달력을 좋아합니다
한 달이 끝나갈 때마다
한 장 한 장 넘기는 그 순간이
내 마음 깊은 곳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킵니다
한 장을 넘기기 전
이번 달엔 이런 일들이 있었지—
그때의 웃음소리와 바람 냄새가 스치며
정겨운 추억의 향기에 잠기기도 하고
때론 성찰의 길목에서 나 자신을 마주하기도 합니다
다음 장을 넘길 때는
다음 달엔 이런 날들이 찾아오리라—
기대와 설렘으로 가슴이 뛰고
새로운 다짐으로 하루하루를 그려나갑니다
열두 장의 달력을 넘기고
한 해의 끝자락에 다다랐을 때
그제야 나는 지난 시간을 돌아봅니다
후회 없는 걸음이었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다시 한번 나를 단단히 세웁니다
새해의 첫날,
새로운 달력을 펼칠 때면
마치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기분입니다
낯선 미래와 손을 맞잡고
새로운 도약을 꿈꾸며 희망을 새깁니다
달력은 단순한 날짜의 기록이 아닙니다.
그 위에는 나의 발자취와
우리의 이야기가 숨 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끝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한 내일이
살며시 손짓하고 있습니다.
나는 달력을 좋아합니다.
나를 되돌아보고,
우리를 추억하며,
미래를 꿈꾸게 해주는 그 존재가—
참으로 사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