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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눈이 내린 어느 날

2막. 초승


저 눈이 소복히 쌓일 때쯤

나의 감정이 차갑게 얼어붙기를 바란다.


쌓인 눈이 사르르 녹아내리고

새순이 땅을 뚫고 올라올 때

나의 이성이 단단한 뿌리를 내렸기를 바란다.


꽃이 온 세상을 감싸 안고

내 정수리를 어루만지는 따스한 햇살 속에서,

흩날리던 한겨울 눈송이의 서글픔을 그리워할 때쯤

나는 흔들리지 않는 나무처럼 자랐기를 바란다.


다시 눈이 내리는 그 겨울에는

나의 모든 계절을 품고도

스스로에게 떳떳한 사람이 되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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