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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세상을 바라보는 도구

3막. 보름


동그란, 혹은 네모난

내 눈앞에 놓인

두 개의 투명한 창


비어 있는 듯 텅 빈 그 틈은

내가 세상을 또렷하게 바라보게 한다


그러나 실은

세상을 하나의 거름망 너머로

비추는 창이 되기도 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내고

멀리 있는 것을 손에 닿을 듯 끌어당기지만,

그 선명함 속에 감춰진

인위적인 경계


자연의 흐름과는 멀어진

철저히 만들어진 시선


때론 이 맑은 유리는

우리가 눈치채지 못 한 사이

내 시야에 조용한 선을 긋고

세상을 색으로 물들인다


때론 이 맑은 유리가

내 시야에 선을 긋고

세상을 편견이라는 색으로 물들인다


투명하지만 완벽히 투명할 수 없는,

선명하지만 모두를 담지 못하는,

나의 틀, 나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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