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막. 초승
저 눈이 소복히 쌓일 때쯤
나의 감정이 차갑게 얼어붙기를 바란다.
쌓인 눈이 사르르 녹아내리고
새순이 땅을 뚫고 올라올 때
나의 이성이 단단한 뿌리를 내렸기를 바란다.
꽃이 온 세상을 감싸 안고
내 정수리를 어루만지는 따스한 햇살 속에서,
흩날리던 한겨울 눈송이의 서글픔을 그리워할 때쯤
나는 흔들리지 않는 나무처럼 자랐기를 바란다.
다시 눈이 내리는 그 겨울에는
나의 모든 계절을 품고도
스스로에게 떳떳한 사람이 되었기를 바라며.
고요와 고독 사이, 문장과 여백 사이를 걷고 있습니다. 말 대신 글을 남기는 나. 일주일에 두세 번, 또는 매일, 또는 아주 가끔. 나와 함께 달을 건너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