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엄마의 생활철학#4

토굴새우젓처럼

by 해피마망



오늘은 남편과 함께 충청도 광천에 다녀왔다.

토굴 새우젓으로 이름난 마을이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시골길로 접어들자

마을이 나타났다.

길가엔 젓갈가게들이 줄지어 서 있고,

간판마다 ‘토굴 새우젓’, ‘토하젓’, ‘갈치 속젓’이라는 글씨가 반짝였다.


창문을 내리자 소금 냄새와 젓갈 냄새가 뒤섞여 광천의 기운이 제대로 느껴졌다.

가게 안에서는 주인아주머니가 막 뚜껑을 연 항아리를 보여주며 말했다.

“이건 토굴 속에서 1년 묵힌 거예요.

숙성될수록 감칠맛이 다르죠.”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토굴 속에서 숙성된다’는 말이 자꾸 귀에 맴돌았다.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남편은 창밖을 보며

“인생도 그런 거 아닐까?” 하고 중얼거렸다.

“시간이랑 마음이 같이 숙성돼야 맛이 나는 거지.”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사람도 가끔은 동굴 속으로 들어가야 할 때가 있다.

시끄러운 세상에서 한 발 물러나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삭히는 시간.

처음엔 냉기와 어둠뿐이라 답답하지만

조금씩, 시간이 흐르면서

상했던 감정이 발효되고

무너졌던 마음이 숙성이 되어 깨닫게 된다.


그렇게 익어가는 거다.

젓갈이 맛을 품듯, 사람도 자신만의 맛을 품게 된다.

인생의 깊은 맛도

결국 기다림과 숙성의 시간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저녁노을이 길게 늘어졌다.

나는 문득 생각했다.

‘어쩌면 나도 지금, 내 인생의 토굴 속을 지나고 있는 건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니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졌다.

시간이 지나면,

나도 나름의 맛을 품은 사람이 되어 있을 테니까.




토굴 속에숙성되어 맛이 나는 젓갈처럼,

사람도 가끔은 동굴이 필요할 때가 있다.

동굴 속에서 조용히 시간을 흘려보내다 보면 상했던 마음들이 발효되고 숙성되어 맛을 품게 되지.

그렇게 사람도 명품이 되는 거야.




<상큼 발랄 해피마망의 인생철학>은,

매주 월,화, 수, 금,토요일에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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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끗 어긋난 시선으로 촌철살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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