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엄마의 생활철학#5

당신이 더 귀하다

by 해피마망



남편이 운전하는 차를 타면 가끔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오를 때가 있다.

길눈이 어두운 남편은 네비를 보면서도 엉뚱한 길로 들어설 때가 많기 때문이다.

어떨 땐 그저 멍하니 앞차를 따라가는 경우도 있다.


"거기서 좌회전이야!"

내가 소리를 높이면 남편은 그제야 "아, 맞다"하며 깜빡이를 켠다.

그 순간, 나는 마음속에서 불덩이가 확 치솟는다.

어쩌면 그건 길 때문이 아니라,

'왜 내 말을 안 들었어?'

'왜 준비를 안 했어?' 하는 자잘한 서운함들이 한꺼번에 끓어오르는 탓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광천 갔다 오는 길, 남편은 또 길을 잘못 들었다.

이 길이 아니라고 말했는데도 생전 처음 보는 길을 구불구불 돌아간다.

나는 점점 말이 없어지고, 속에서는 화가 나기 시작했다.

길을 헤매는 시간과 기름값이 아깝다.

말을 안 듣고 이 고생을 하는지...

불평의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그런데 문득, 창밖의 가을빛이 눈에 들어왔다.

길은 잘못 들었지만, 논두렁 사이로 번지는 황금빛 벼와 하늘을 가득 채운 햇살이 아름다웠다.

저 풍경들이 아름답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건

사실 풍경들에 무언가를 바라거나 요구하지 않기 때문인가?

그냥 기대 없이 있는 그대로 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구름이 동화처럼 멋지게 퍼져있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끝없이 펼쳐진 하늘은 마냥 높고 푸르렀다.

마음속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그까짓 시간 10분보다,

기름값 몇 만 원보다,

지금 내 옆에 있는 당신이 더 귀하다."


나는 그제야 한숨을 내쉬었다.

남편이 아무 말 없이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 하나에 길을 잃은 답답함이 풀려나갔다.


길은 잘못 들어도 괜찮았다.

우리는 여전히 같은 차 안에 있고, 같은 방향을 향해 가고 있으니까.

하늘을 보며 나도 두둥실 글자를 적어 보냈다.


'사랑은 그대로를 바라보는 여유야'

'현상이 아니라 본질을 보는 게 사랑이야'

'그 무엇보다 당신이 더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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