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엄마의 생활철학#10

밤의 정리

by 해피마망


하루가 저문다.

불을 끄기 전, 나는 늘 같은 일을 한다.

식탁 위를 정리하고, 찻잔을 씻고, 커튼을 반쯤 닫는다.

그렇게 집이 조용해지면, 마음도 함께 정돈된다.


예전엔 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게 아쉬웠다.

무언가 더 해야 할 것 같고,

끝내지 못한 일들이 마음에 남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남은 게 있다는 건, 내일이 있다는 뜻이니까.


나는 하루를 완벽하게 끝내려 하지 않는다.

그저 오늘을 ‘정리’만 할 뿐이다.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을 접듯,

가볍게 덮어두는 일.


불을 끄기 전, 거울을 본다.

오늘의 표정을 잠깐 들여다본다.

“괜찮아, 오늘도 잘했어.”

그 한마디면 충분하다.


세수를 하고 손을 씻는다.

물소리가 고요 속에 또렷하다.

마치 하루의 먼지를 씻어내는 듯하다.

손끝이 깨끗해지면, 마음도 따라 맑아진다.


침대에 누워 불을 끈다.

남편 방 쪽에서 책장이 덮이는 소리가 들린다.

서로 다른 방이지만, 같은 집 안의 온기.

그것만으로도 든든하다.


밤의 정리는 단순한 집안일이 아니다.

그건 마음을 가볍게 하는 기술이다.

쌓아두지 않고, 내일로 넘기지 않는 일.

그게 나이 들어 배운 가장 큰 지혜다.


오늘은 잘 정리된 하루였다.

불을 끄면,

내 안의 생각들도 조용히 잠든다.



하루의 끝은 완성이 아니라 쉼의 자리다.

모든 일엔 마침표보다 ‘쉼표’가 더 어울린다.





<상큼발랄 해피마망의 인생철학>은,

매 주 월, 화, 수. 금,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지루한 일상속에서 끗 어긋난 시선으로

촌철살인의 유쾌함을 누려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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