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사랑방
우리 동네엔 작은 공원이 하나 있다.
그리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오래된 은행나무 한 그루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은행나무 공원.
가을이면 노란 잎이 쏟아져 내려 바닥이 황금빛으로 변하고,
겨울이면 가지마다 햇살이 앉아 쉼표를 찍는 곳이다.
은행나무 아래엔 작은 정자가 있다.
할머니들이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곳.
누군가는 털모자를 뜨고,
누군가는 손난로를 돌려가며 손을 녹이고,
또 누군가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온다.
그 정자는 언제나 웃음소리와 사람 냄새로 가득하다.
오늘은 딸과 함께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
조용히 걷다 보니 정자 쪽에서 할머니 한 분이 손짓을 하신다.
“이리 와봐요, 이거 좀 잡솨봐.”
가까이 다가가니,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하얀 가래떡이 한상 가득 놓여 있다.
방금 뽑은 듯 반들반들하고 따뜻하다.
할머니는 한 가락을 집어 내 손에 쥐여주신다.
“금방 한 거라 맛있어. 식기 전에 잡숴.”
그 한마디에 마음이 먼저 녹아내린다.
쫀득한 떡을 한입 베어 무는 순간,
입안 가득 고소한 쌀 냄새가 퍼지고,
그 따뜻함이 천천히 몸으로 번져온다.
은행나무 아래에 모인 할머니들의 정은
언제나 그렇게 김처럼 피어난다.
서로에게 나누는 떡 한 조각, 따뜻한 말 한마디가
이 공원을 더 포근하게 만든다.
가래떡을 쥔 손의 따뜻한 온기가 마음 깊숙한 곳까지 데워주었다.
오늘 내가 받은 이 따뜻함을
나도 누군가에게 건넬 수 있을까.
말 한마디, 눈빛 하나, 무심히 건네는
커피 한 잔이라도,
사람의 마음을 덥힐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진짜 ‘은행나무 사랑방’이 아닐까.
온기를 전달하는 것은 의외로
간단한 것일 수도 있다.
오늘은 우리도, 누군가에게
따끈한 사람이 되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