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전할 수 있는 이야기
첫 브런치북 ‘안녕, 소리야’로 글쓰기를 시작하며,
나의 성장기를 기록하는 동안 많은 감정이 스쳐갔다.
가까운 친구는 물론, 가족조차도 자세히 알지 못했던
청각장애인으로서의 고충과 성장과정을 담다 보니,
처음에는 발가벗겨진 듯한 낯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연재를 거듭할수록,
나만이 쓸 수 있는 나의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의 마음을 울리고 그들에게 작은 힘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무엇보다도 나에게 이런 기회가 주어질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글쓰기가 처음이라, 내 생각과 경험들을 온전히 글로 풀어낸다는 건 역시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어보며 어떤 구성으로 , 어떤 말을 처음으로 시작해야 할지 감을 잡아보려 했다.
하지만 깨달았다.
나의 이야기는 그 누구의 것도 참고할 수 없는 것이다.
내 방식대로 내가 말하듯이 글을 쓰다 보니 어느새 하나 둘 완성되어 갔다.
처음의 부끄러움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지고,
내가 살아온 시간들을 무사히 잘 지나왔다는 감사함과 대견한 마음이 들었다.
그 순간, 부모님과 나의 친구들이 떠올랐다.
그들이 있었기에 비장애인들 사이에서도 평범하게 자랄 수 있었고, 그 따뜻한 기운을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싶다는 생각에 가슴 깊이 설레어왔다.
그렇게 뻥 뚫려 있던 나의 마음은 ‘꿈’이라는 무언가로 채워지고 있었다.
나는 ’ 장애인‘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어느 누구보다도 자존감과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다.
나의 장애로 인해 부딪혀야 할 일들을 묵묵히 이겨내며 살아왔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청각장애인이라서’라는 말로 쉽게 단정 짓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어떠한 방식으로든 겪을 힘든 일들은 있으며, 나는 나의 방식으로 그것을 지나왔다.
그렇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편견을 두지 않게 되는 단단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런 나이기에, 청각장애인으로서 사람을 상대하는 서비스직을 9년간 이어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소리가 공존하는 공항에서 말이다. 물론 그 안에서도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남아야 했던 치열한 노력이 필요했지만, 결국 그 모든 경험들은 버릴 것 하나 없는 진정한 ‘나의 것’ 이 되었다.
어쩌면 내가 살아온 나만의 이야기를 세상에 나누게 되었을 때, 이 글이 누군가에게 울림을 주고, 편견을 덜어내는 시작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것이 에세이에 도전하게 된 이유이다.
어렸을 땐, 내가 다를 줄 몰랐다.
서른한 살 지금의 난, 그 다름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 사랑으로 살아가는 청각장애인으로서의 모든 순간을 계속 기록해 가려한다.
그러나 나의 글들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청각장애인으로서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했던
나의 경험들을 글로 풀어내는 삶의 창작물이다.
소리가 낯선 당신, 그리고 소리를 당연하게 여기는 당신에게 나만의 이야기가 닿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