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6. 나는 고요 속에서 쉰다.
바쁘고 정신없는 일상에 치이다 보면,
가끔은 모든 소리로부터 멀어지고 싶어진다.
보청기를 빼는 순간 마주하는 고요함은
마치 나만의 작은 동굴 같다.
나는 하루 종일 소리를 뇌로 받아들이느라
늘 긴장한 채로 살아간다.
그래서 하루의 마지막은
고요함 속에서 나를 내려놓는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쉼을 찾는다.
좋아하는 노래를 듣거나, 영상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나 역시 좋아하는 노래를 들어보려 했으나,
그 어떤 음악도
나만이 알 수 있는 그 고요함이 주는 위로를 이기지 못한다.
집 안에 있으면서 온전한 쉼을 누리고 싶을 때,
가족들의 말소리, TV소리, 요리하는 소리마저
모두 차단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 나는 ‘들을 수 없음’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무엇보다,
잠결에 들려오는 누군가의 잠꼬대나
현관을 오가는 소리에 잠에서 깰 일도 없다.
그래서 나는 누구보다 깊고 단단한 잠을 잘 수가 있다.
오직 나만이 아는
가장 깊고 온전한 쉼,
세상의 모든 소음을 차단하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고요’를 선택할 수 있는 나는
가장 특별한 방식으로 휴식을 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