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마주한 위기
나는 어렸을 때부터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그런 내가,
점점 각박한 사회에 스며들면서
어느새 말이 줄어들었다.
그러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과 대화 자체가 줄어들면서
소통에서 멀어진 나는
혼자만의 시간에 익숙해져 갔다.
처음이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마주한 고요함
그래서였을까.
말투가 어눌해지고 발음마저 흐려졌다.
그 순간,
나에게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온 듯한 느낌이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청각장애인들이 겪는 고충들 중
‘어눌한 말투, 부정확한 발음‘ 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그동안,
정상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다.
내가 계속해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말하는 연습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었을까.
지치고 바쁜 일상 속에서
나는 듣는 것도, 말하는 것도 내려놓았다.
그저 ‘쉼‘ 만을 찾으려 했던 그 시간들이
오히려 나에게 독이 될 뻔했다.
청각장애인으로서 알아야 할 것들,
또 살아내야 할 방식들은
여전히
끝없는
숙제처럼 나에게 주어진다.
그러나 문득 생각한다.
잠시 쉬어가는 것이 정말 나에게 ’ 위기‘일까.
어쩌면 나는
잘 쉬는 방법을 몰라
스스로 겁을 먹고 있는 건 아닐까.
그 질문을 마주하며
끊임없이 고민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