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적임을 견디는 자, 낫또의 맛을 알지어다
일본 마트에 처음 들어갔을 때, 나는 웃을 뻔했다. 이게 뭐라고, 왜 이렇게 많은 건데? 3팩씩 묶인 낫또가 한두 줄 정도 있는 게 아니라, 과장 좀 보태서 거의 반 층이 낫또였다. 유제품 코너만큼, 아니 그보다 넓을지도. 거의 수도권 전철 수준이다. 이 정도면 환승역 하나쯤 생겨도 이상하지 않다.
가장 놀라운 건, 다 다르다는 거였다. 생김새는 비슷해 보이지만, 포장지에는 각각의 개성과 스토리가 인쇄돼 있다. 콩의 종류, 발효 시간, 점액 농도(!), 첨가된 간장이나 겨자의 풍미, 심지어 ‘밥에 더 잘 어울리는지’, ‘아침에 먹기 적당한지’ 같은 안내까지 들어 있다. 낫또 한 덩이를 이렇게까지 설명해야 하나 싶지만, 일본은 한다. 그리고 소비자는 거기서 취향을 찾는다.
솔직히 말하면, 낫또는 내 입 안에서 너무 일을 많이 한다. 끈적한 식감도, 콩 특유의 냄새도 그렇게 반갑지는 않다. 그런데 일본에선 낫또가 단순히 '발효식품'이 아니라 생활 전반에 깊숙이 들어온 시스템처럼 느껴졌다. 낫또 파우더도 있고, 낫또에 곁들이는 김도 있다. 어떤 브랜드는 '밥보다 낫또를 주인공으로 먹는 법'을 제안하기도 한다.
심지어 편의점 김밥에도 낫또가 들어간다. 개그맨 박명수 씨가 유튜브에서 진심으로 감탄했던 그 메뉴, 나도 한 번 먹어보고 싶었다.
실제로는 못 먹어봤지만, 그렇게까지 맛있다고 하니 괜히 궁금해졌다. 이쯤 되면, 끈적한 감각을 참는 게 아니라 은근히 즐기는 문화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일본은 겉보기엔 무척 깔끔한 문화를 가진 나라같다. 정리정돈과 예절을 중요시하는 문화라는 인상이 강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끈적끈적한 낫또를 좋아할까? 이건 단순히 건강이나 발효에 대한 신뢰를 넘어서, 식재료 하나를 받아들이는 방식의 차이처럼 느껴진다. 그 끈적임을 거북해하지 않고, 말 그대로 감각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태도. 맛에 대한 관용일 수도 있고, 익숙함이 만들어낸 감각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분명한 건, 나와 다른 이들의 입맛에도 그들만의 언어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낫또는, 일본이 얼마나 디테일에 진심인지를 보여주는 식재료다. 그 끈적임 안에는 문화, 습관, 그리고 우리가 아직 잘 모르는 감각의 층위들이 끈적하게 눌어붙어 있다. 일본 마트에서 낫또를 마주하는 순간, 당신은 단순한 콩을 본 게 아니다. 일본이라는 나라의 질감을 본 것이다.
이 도시 여행은 마트에서 시작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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