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by 민지글

해외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도 뼛속부터 한국인이라 그런지 나이에 의미 부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나이에 너무 연연하는 것은 촌스럽고 구닥다리 한 생각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면서도, 사실 나이만큼 의미 부여하기 쉬운 것도 없는 것 같다. 나이가 어려도 성숙하고 배울 점 많은 친구들도 있고, 나이를 거꾸로 먹은 듯한 어른들을 보며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더 느끼긴 한다.


특히 몇 달 차이로도 서열을 매기는 것이 당연한 사회에서 나이를 무시하기란 힘들다. 영어의 가장 좋은 점은, 언어가 주는 힘 때문인지 나이와 상관없이 모두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해외 어디에나 한국 사람들이 있고 모두가 나이를 신경 쓰지 않는 것은 또 아니지만, 적어도 영어를 사용하니 조금 더 수평적이고 나이 값이라는 개념이 조금은 덜한 것 같다.


한국에서 살면서는 특히나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과 나이에 대한 압박감에 시달리긴 했지만, 그럼에도 가장 자유롭고 잃을 것도 눈치 볼 것도 없는 시기가 20대라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평범한 듯 하지만 결코 평범하진 않은 10대와 20대를 보낸 것 같다.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꽤 많았다. 그래서 그다지 계획적인 편은 아니었지만 내가 생각하는 20대의 명확한 방향과 모습은 있었다. 청춘답게 결과와 상관없이 최대한 도전과 실패, 방황을 하고 싶었고, 최대한 그런 모습으로 살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왠지 방황이라는 단어는 10대에 더 어울리지만, 경직된 사회와 자존감이 낮아 확신 없는 상태에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웠다. 그땐 마음속에서 혼자 방황했던 것 같다. 그러고는 스무 살이 되어서는 용기를 내었고, 나를 찾기 위해 나만을 위한 여행과 모험을 떠났다.



젊음은 영원하지 않기에 의미가 있다. 하고 싶은 것과 궁금한 것들이 많기에, 나이마다 기한을 정해놓는 건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던 것 같다. 나이에 집착할 필요는 없지만, 지금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어리고 젊다고 해서 모든 게 좋지도 창창한 미래가 있기만 한 것은 아니기에 그때 만의 생각과 고민이 있다.


당시 가졌던 오랜 나의 힘듦과 고통을 언젠가는 표현하고 나누고 싶다고 생각했고, 동시에 이제는 내가 가진 오랜 고민과 단점들에서 이제는 벗어나 진화(?)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방법으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글을 쓰고 기록하면 그때의 생각이 정리되고 또 내가 타자화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이제 곧 서른이 다 되어 가는 시점이니 또 지금에 맞는 새로운 고민과 일들이 펼쳐지겠지만,

이전의 내가 가진 애매한 재능, 학벌 콤플렉스, 낮은 외모 자존감, 내성적인 성격으로 끝없는 터널 같았던 그때를 기록하고 털어내다 보면 이제는 극복해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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