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재능 #2
그림을 잘 그리는 줄 알았던 나는 알고 보니 애매한 재능이었고, 또 생각보단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실패하였다.
그 결과를 통해서 얻은 진실은 내 주변 사람들이 인생을 살아주지는 않는다는 것. 자아가 제대로 확립하지 않는 시점에 휘둘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무언가를 하기 이전에 정말 내가 원하는 게 뭔지, 결과에 대한 책임도 받아들일 수 있을지. 한번 더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흔히 저주라고 말하는 애매한 재능은 무얼 선택해야 할지 더 어렵게 만드는 것 같다. 뭐든 열심히 하는 나의 성실성, 나쁘지 않은 결과물, 폭넓은 관심사는 나의 진로 선택을 더 혼란스럽게 만든다. 뭘 해도 기본은 할 수 있고 그래서 선택과 도전의 폭이 넓지만, 동기나 목표가 생기지 않으면 빨리 식어버리고 무언가를 정말 잘하기가 힘든 것 같다.
그래서 이런저런 고민 끝에 어렵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고, 결국 잘하게 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림이 내 길이 아니라고 느낀 시점부터 20대의 나는 혼자 더 많이 생각하고, 도전하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선택했다.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 여러 경험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나름 신중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모든 경험이 도전의 연속이었다.
패션의 세계를 동경하면서 전공으로 선택하고 패션 MD를 꿈꾸며 자라 매장에서 일해보았지만, 생각보다 학벌 재능 등 여러 장애물을 뚫을 만한 열정은 아니었고. 코로나로 무산되었지만, 여행을 하면서 일을 하고 싶어 외항사 승무원 준비를 위해 호텔에서 일해 보기도 하고. 해외취업을 목표로 호주에서 회계를 공부하면서 카페, 5성급 호텔과 레스토랑을 지나 꽤나 안정적인 외국계 회사에 취업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렇게 나열하기만 하면 겹치는 것 없이 이것저것 방황만 하고, 책임감 없이 그저 방황이나 도피로 보였겠지만 나에겐 모든 순간이 다 진심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나의 행보를 좋지 않게 우습게 볼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런 시선은 모두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방황을 통해서 잃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늘 불안정한 초심자의 마음이지만, 그럼에도 나는 더 먼 목표를 향해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의 모든 선택은 응원받지 못해 힘든 것, 그것 말고는 후회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만족한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기까지도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어쩌면 아직도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 10년은 고민했으니 이젠 대충은 조금 알듯하다.
무언가를 표현하거나 기획하고 창작하는 일을 하고 싶고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꾸준한 나의 관심사는 심리학, 뇌과학, 마케팅, (퍼스널) 브랜딩, 글쓰기, 요가, 명상 이런 계열의 것 들이다. 어떤 과정과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딱 한 가지 일을 하기보다는 최종적으로 작가가 되고, 요가와 명상을 가르치고, 그리고 10년 뒤에는 나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부족하지만 본격적으로 글도 기록해 보고, 요가도 꾸준히 하고, 나를 좀 더 표현해 내는 사람이 되는 게 목표다.
도전한 만큼 실패도 겪고, 시간은 점점 빨리 가고, 체력은 달리지만 그래도 아직은 계속 가고 싶다. 불확실한 미래가 두렵지만 동시에 설레기도 한다. 많은 장애물과 좌절을 또 겪겠지만 아직 젊으니까 괜찮다. 기회가 될 때 잡을 수 있게, 계속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