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시어지 보안과 컴플레인

by 민지글


대부분 평화로운 편이지만, 아직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배울 점이 많고 실수하는 부분과 과정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자잘하게 펜트하우스 키를 데스크 안쪽에 놓고 자리를 비웠다가 매니저에게 목격당한다든지, 택배보관 관련 요청 사항이라든지, cctv 감시나 외부인 차량을 관리하지 못했을 때 주차공간이 모자라다든지 등등 보안 문제가 종종 발생하는데, 운이 좋지 않거나 그 대상이 잘못 걸리면, 컴플레인이 들어올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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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의 오페라하우스 하버브리지


1.

매일 australia post와 아마존 등에서 배달이 오는데, 사람들마다 선호하는 배달 방식이 또 다 다르다. 대부분의 경우는 문 앞에 두길 원하고, 어떤 분들은 오피스에 보관하고, 직접 아파트 안에 넣어달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위치도 그렇고 나름 고급 아파트 개념이다 보니 보안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 레벨은 사람마다 상황마다 정말 달라서 어느 장단에 맞추어야 할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주인이 더 이상 살지 않은 아파트 문 앞에 배달했다가 난리가 났었던 적이 있다. 상식적으로는 새로운 컨시어지에게 더 이상 안 사니까 전에 했던 것처럼, 사무실에 보관하면 나중에 가지러 간다고 좋게 설명하고 얘기하면 될 것을. 매니저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일을 더 크게 만들고. 물론 이메일이긴 했지만 그 사소한 사건으로 석고대죄를 해야 했던 일이 있다.


그 이후로도 몇 번 그 호수로 배달을 시켰는데, 하필 내가 그때 다른 입주민과 연락 중 이름과 비슷한 그분과 헷갈려서 전화 중 다른 소리를 했고, 그것 때문에 또 화가 나서 매니저 바꾸라는 등 난리가 났었다. 그들은 이전에 거주할 때 위원회의 의장이었고 아직 여러 집들을 관리하는 주인이기도 해서 간간이 마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겠지만, 그날 저녁에 그 의장 부부가 직접 픽업하러 들렀는데 그 시간은 정말 지옥이었다. 그 화난 두 명을 혼자 상대하느라 나는 또 작아졌다. 또 사과를 했지만, 괜찮아, 너는 트레이닝이 더 필요하니까, 이런 식으로 말하거나 무거운 박스들을 옮겨주는데 거들지 않고 감시하는 느낌이거나. 물론 나는 잘못을 했고, 을의 입장이고, 일이니 감정적일 필요 없지만 그날은 서러워서 울면서 집에 갔다. 서비스직의 최대 단점은 이런 부분이지만 아쉽게도 이곳은 그런 사람들도 장기적으로 계속 봐야 한다는 점이다.


위원회에 등록된 사람들을 더 대접해 주어야 하는 것도 쉽지 않다. 대부분 나이스 한 편이지만 특히 나이가 조금 있는 특정 백인 여성의 경우 왠지 어렵다. 그들에게 인정받기(?)까지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꼭 원하는 프로페셔널한 모습이 있는 것 같다. 하루는 리무진 예약을 하고 싶어 하는 분이 있었는데, 예약 관련해서 굳이 나 말고, 오래 일한 다른 직원의 서비스를 받고 싶어 한다고 전달을 받아 멋쩍은 순간이 생긴다거나. 공교롭게도 이전 사건과 이 사건의 입주민 이름은 같았다. 줄리!!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할 수도 없고 내가 모두를 좋아할 수도 없지만, 그것을 티를 내지 않고 웃는 가면을 써야 하는 게 또 이 일이다. 다행히 이 점은 많이 단련되어 아직까지 할.. 만하다




2.

또 최근 다른 컴플레인으로 주차 보안 이슈가 있었다. 가끔 입주민의 친구나 가족을 초대하고 그들의 주차공간을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한 입주민의 친구 방문으로 주차장 입구 문을 열어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나는 그들의 문을 열어주었다. 어쩌다가 잘못 주차했는지 아니면 일부러 그랬는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그들의 공간이 아닌 다른 입주민의 공간에 주차를 했고 컴플레인이 들어왔다.


나는 그들의 주차 공간 여부를 확인받고 열어주긴 했지만, 거짓말 일 수도 있으니 미리 의심해서 지하주차장 6층을 한 번 더 확인을 해야 했던 건지, 운이 없는 경우일 수도 있지만. night security 직원과 같이 cctv를 확인하고 범인을 찾고서 나는 퇴근 시간이 넘어서 집에 갔었다.


그렇게 사건이 큰일 없이 잘 마무리되었으면 좋았겠지만. 그 야간 직원분은 이곳에서 오래 일했고 특징이자 장점이 보안관이라는 직업만큼 책임감에 똘똘 뭉치고 조금 거칠고 직설적인 분이다. 내가 없는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설명하고 대처하고 해결했을지 잘 모르지만 아마 문제를 부드럽게 해결하진 못한 듯했다. 어쩌면 무지한 새 직원과 입주민이 잘못인 상황에서 본인의 해결능력. 책임감과 성과, 일에 대한 밥그릇이 더 중요할 순 있겠다고도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외부 차량을 들인 잘못이 내게 있으니 할 말은 없지만. 결과적으로 화가 난 입주민은 이 사항을 위원회에 보고하겠다고 얘기했다고 들었고, 또 매니저가 수습을 해야 했다.



힘든 점만 늘어놓으니 이 일을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는 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아직 초반이기도 하기에 겪는 시행착오이고, 애초에 길게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모든 직업이 그렇듯 모든 게 완벽하지 않다. 그래도 좋은 매니저와 일하는 것이 큰 버팀목이 되는 것 같다. 또 아주 가끔 나로 인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순간을 느낄 때,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격려를 받을 때, 그리고 이곳에서 아무나 할 수 없을 일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지금 모든 경험은 나에게 의미가 있다. 힘들지만 일하는 동안 최대한 좋은 기억을 남기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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