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흐렸구나. 사실 낮인지 저녁인지 알 수 없는 불규칙적인 생활을 한지 오래돼서 날씨가 흐린 건지도 깨닫지 못했다. 공기의 향이 탁해지고 짙은 안개로 시야가 가려졌을 때 깨달았다. 엉성하게 서 있는 꽃을 가리는 안개가 마치 내 인생을 야기하는 것만 같았다.
안갯속에 갇혀 있는 시간은 마치 비를 머금은 먹구름에 잡아 먹힌 것 같은 기분이었다. 기묘한 감각이었다. 내 시야에 보이는 저 꽃은 어린아이가 낙서하듯 짙은 흰색칠로 뒤덮여 있는데, 성큼 꽃 앞에 다가가면 습기를 품은 꽃이 선명하게 보였다.
짙은 안개 향기가 맹렬하게 내 주위를 맴돈다. 오롯이 피부에 스며드는 물기는 나에게 불쾌함만 안겨 줄 뿐. 허공을 맴도는 손은 감히 안개를 취할 수 없게 흩어졌다. 내 손바닥에 스며드는 불쾌함이 끈적하게 남겨졌다. 벗어나려고 발버둥 칠 새도 없이 나는 이미 안개 향기 속에서 안개와 동화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