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글모닝[손목시계]
한창 군 생활할 당시에는 손목시계는 필수품이었다. 특히 전자시계. 훈련이 많은 군 업무 특성상 시간을 수시로 확인해야 했기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 중에 하나인 손목시계. 휴대폰의 말 그대로 휴대의 기능을 할 수 없는 공간에서 근무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기에 손목시계는 필수였다. 훈련보다 사무실에서 업무를 해야 하는 보직에 있을 때는 부대에서 선물 받은 아날로그시계를 차고 근무를 했던 기억도 생생하다.
세상이 디지털화되면서 몸과 항상 물아일체 되는 디지털시계의 등장으로 시계의 기능뿐만 아닌 휴대폰의 알람도 손목을 한번 보면서 알 수 있게 되는 편리함과 통화 기능에 나의 신체 리듬까지 알려주는 기능까지 정말 짧은 시기에 많은 발전을 이룬 손목시계는 대중화되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신세계였기에 얼리어답터의 기질을 갖고 있지 않은 나에게도 신문물은 나의 손목에 한동안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휴대폰의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보니 군 내에서 보안의 문제로 인해 착용을 금지하는 장소가 휴대폰과 동일하게 적용되기도 했다.
전역 후 직장 생활 중에도 시계는 필수품으로 착용했다. 오래된 디지털시계(워치)였고, 충전의 불편함? 속에서도 항상 내 오른 손목에는 시계가 위치하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회의 중에도 휴대폰의 메시지가 진동을 통한 울림으로 나에게 전달되고, 회의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 나 자신을 보게 되었다. 하루는 회의보다 중요한 업무의 연락으로 회의 중에 잠깐 나와서 업무를 보는 경우가 생기고, 그것이 반복되다 보니 한 가지 업무에 대한 온전한 집중이 되지 않는 일이 반복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한동안 회의 중에는 시계도 착용하지 않고 참석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했다. 편리함 속에 불편함. 뭔가 대조적이긴 하지만 맞는 말처럼 자신에게 무엇이 옳은지, 묻기 시작한 날이 가끔 일어나기도 했다는 사실.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차츰 멀리하게 되는 날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어린 자녀들과 풀장에서 신나게 물놀이를 하는 어느 날, 생활 방수 기능이 있는 사실에 워치를 착용하고 물놀이를 하고 나왔는데 시계의 성능보다 과하게 했었던 것인가. 다시는 알람을 울리지도 않았고, 검은색의 화면은 좀처럼 깨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시계가 없으니 허전했다. 그동안 익숙했던 손목의 친구가 사라졌으니 말이다.
수리해 보고자 AS 센터에 방문했다. AS 기사님은 수리가 가능하긴 하지만 수리비가 만만치 않게 나올 것 같다며, 새로 구입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고 하셨다. 오래된 기종이기도 했고, 부품 공수가 어렵다 보니 시간도 걸릴뿐더러 비용도 좀 나온다나. 음. 그렇게 나와 함께 했던 디지털 워치와의 4년간의 동행은 마침표를 찍었다. 어디 묻어두기라도 했어야 했나. 그냥 AS 센터에 처리를 부탁하고 나왔다.
1년이 다 되어가는 듯. 그 이후 내 손목에는 아무런 후속 조치가 없었다. 시계로 인해 하얗게 숨어 있던 시계 모양의 속살은 지금은 시계가 있었는지도 모를 만큼 주변 피부색과 동화된 상태다. 한 번도 착용하지 않은 부대에서 받은 기념 시계가 대기하고 있지만 이상하리만큼 착용을 희망하지 않는 듯한 내 기분.
언젠가는 다시 허전한 손목이 채워지겠지만 당분간은 아닐 듯하다. 다시 착용하게 되더라도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디지털 워치는 착용하지 않을 것 같다. 나의 온전한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라고 생각되니 말이다. 그렇다고 부정하지 않는다. 디지털 워치의 긍정적인 면만 보는 이들이 있기에 나는 그들과 좀 다르게 생각할 뿐.
각자의 개성을 존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