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과 마음의 경계가 흐려지는 밤
단전호흡을 시작한 뒤,
어쩐지 하루라도 빼먹으면
마음 한구석이 찜찜했다.
특히 수련을 못한 날엔
이상하게도 죄책감과 아쉬움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참 이상한 꿈을 꾸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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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은
꿈에서 수련복을 입고
수련의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이 따라하는 나를 봤다.
평소에 유난히 어려웠던
국선도의 브릿지 동작까지
꿈속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해내고 있었다.
‘이렇게만 하면 되는데…
현실에선 왜 이렇게 몸이 안 풀릴까?’
꿈속에서 호흡을 하며
아랫배가 따뜻해지고
몸이 가볍게 떠오르는 느낌까지
모두 생생하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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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떴을 때
가장 신기했던 건
어깨에 알 수 없는 통증이 남아 있었다는 점이다.
‘꿈에서 너무 열심히 했나?’
하는 웃음이 나왔지만
왠지 그 통증마저
내 몸이 진짜 수련의 흔적을 기억하고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현실에서는
몸이 굳어서 힘들던 동작을
꿈에서는 가볍게 해내고,
그 여운이
진짜 내 몸에도 남아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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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어떤 날은
꿈속에서 수련을 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진짜 수련을 마친 것처럼
몸이 시원하고 개운했다.
현실에서는 그렇게 애써도
자꾸만 힘이 들어가고
두통에 시달릴 때가 많았는데,
꿈에서는 너무 자연스럽게
호흡이 잘 되었다.
가끔은
‘혹시 꿈속의 내가 진짜 본체고,
현실의 나는 아직 연습생인가?’
하는 엉뚱한 상상까지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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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선도 책을 뒤적이다
이런 문장을 본 적이 있다.
“몸을 바르게 세우기 위해서는
마음부터 바르게 가져야 한다.”
(《국선도 1》)
아마도
내 몸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을 때
마음이 먼저 연습을 시키는
그런 시간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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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조차
내 몸과 마음이
호흡의 길을 따라
조용히, 천천히
서로를 연결하고 있었던 거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현실에서도 점점
몸이 더 가볍고,
숨이 더 자연스럽게
나와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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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내 몸이 보내온 첫 번째 신호들
– 에너지의 색, 불, 그리고 내 몸의 작은 회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