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내 안에 생긴 점, 그리고 호떡처럼 눌린 기운

– 에너지의 색, 불, 그리고 내 몸의 작은 회전

by 원화 혜정

국선도를 배우고 한참 동안

나는 ‘단전으로 기운을 모아라’는 말을

그냥 흉내만 내고 있었다.

아무리 숨을 아래로, 아래로 보내도

뭔가 특별한 건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다 어느 날

아랫배 한가운데

정말로 점 하나가 딱, 생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뭐지, 이건?’

신기해서 며칠을 더 해보니

그 점이 점점 커졌다.

손톱만 한 크기였다가,

다음엔 메추리알,

나중엔 계란만큼이나 커져 있었다.

어떤 날은

그 기운덩어리 한가운데

심지가 타오르는 불이 들어있는 것처럼

아랫배가 데일 듯이 뜨거웠다.

또 다른 날은

노랗고, 파랗고,

심지어 몸이 아플 때는

검은색 계란처럼

속이 시릴 정도로 차가운 느낌도 들었다.

색이 바뀔 때마다

몸도 조금씩 다르게 반응했다.

‘이거 혹시

내가 무슨 요상한 기운 조절 능력이 생긴 건가?’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신기하고, 한편으론 조금 무섭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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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기이했던 건

어느 날부턴가

그 계란 같은 기운덩어리가

갑자기 복부 전체를 넓게 눌러

LP판이 가로로 도는 것처럼

내 안을 휘감고 움직이는 거였다.

‘이건 내가 일부러 하는 게 아니야,

왜 갑자기 이렇게 납작하게,

호떡 누르듯이 내 단전이 넓어지는 걸까?’

스스로 생각해봐도 답이 안 나왔다.

마치

호떡이 반쯤 익을 때

누르개로 꾹 눌러서 넓게 퍼뜨리는 것처럼

내 기운도, 숨도

그렇게 넓어지는 느낌.

‘혹시 이게

숨이 위로 뜨지 못하게

아랫배 전체로 퍼지려는 본능인가?’

하는 엉뚱한 상상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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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선도를 오래 하다 보면

몸은 참 기묘한 방식으로

신호를 보내는 것 같다.

그게 불이든, 색이든,

납작해진 호떡이든

나는 그날그날 달라지는

내 몸의 변화를

조금씩 더 믿어보기로 했다.

---

아직도

‘내가 본 그 색깔, 그 감각’이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 모르지만

분명한 건

내 몸은

늘 나보다 먼저

지금의 상태를 보여주고 있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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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이 공중에 뜨던 날

– 통통 튀는 수련, 그리고 저절로 움직이는 신체의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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