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몸의 깊은 곳에서 만난 새로운 바닥

– 단전 아래, 더 깊은 자리로 내려간 날

by 원화 혜정

오랫동안 나는

‘단전은 배꼽 아래 3~5cm’라는 말에

정말 충실했다.

그래서 매일 수련할 때마다

그 지점을 열심히 생각하며 호흡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조금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가부좌를 틀고 숨을 쉬며

아랫배 단전 자리에 집중하는데

마치 내 숨이

내가 늘 생각했던 그 단전의 밑바닥을

‘툭’ 하고 뚫고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처음엔 순간 착각인가 싶었다.

‘아니, 거기 아래 또 자리가 있다고?’

단전 아래,

내가 알고 있던 자리보다

더 깊은 곳이 열리는 듯한 느낌이

너무 낯설고 생경했다.

---

마치 늘 바닥이라 생각했던 곳에

숨겨진 문이 열리고,

계단을 타고 한층 더 내려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날, 처음으로

내 몸과 마음이 더 깊은 곳에서

딱 맞게 제자리를 찾은 듯

‘철컥’하는 안정감을 느꼈다.

한편으론 조금 민망했다.

‘그동안 내가 단전이라고 했던 자리가

진짜 단전이 아니었으면 어쩌지?’

하는 엉뚱한 걱정도 잠시 해봤으니까.

하지만 결국

이제야 비로소

진짜 바닥을 만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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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선도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수련을 하다 보면

내가 생각했던 바닥보다

더 깊은 바닥이 늘 존재한다.”

지금 와서 보니

내가 경험한 그 순간이

바로 이 말을 설명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수련이

내가 알고 있는 나의 한계를

한 번씩 이렇게 가볍게 무너뜨리고

다시 새롭게 세워가는 과정이라는 걸

조금씩 깨닫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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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로

나는 더 이상

한 곳만 바라보고 호흡하지 않게 되었다.

내가 머무는 자리는

언제든 더 깊어질 수 있고,

언제든 더 넓어질 수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단전호흡을 할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

“오늘은 또 어떤

새로운 바닥을 만날까?”

내 몸은 늘

내가 기대하는 것보다 더 깊고

흥미로운 곳으로

나를 안내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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