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프링처럼 튀고,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의 신비
수련장 바닥에 앉아
가부좌를 틀고
호흡에 집중하고 있던 날이었다.
갑자기 아랫배가
뜨거운 불덩이가 회오리치듯 돌아가며
내몸의 중심
단전을 팽팽하게 당기듯 나를 움직이려는 느낌이 들었다.
순간,
엉덩이가 바닥에서
통, 하고 떨어졌다.
처음엔
‘내가 힘을 너무 줬나?’
싶었는데,
그렇게 한 번, 두 번, 세 번…
계속 몸이 스프링 달린 인형처럼
통통 튀어 오르기 시작했다.
놀라서 눈을 살짝 떠보니
어느새 나는
수련장 바닥을 통통 튀면서
조금씩 이동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 눈이 마주쳤을때
숙쓰러움과 멋적음으로
다시 눈을 감고 뜨지 못한적이.. 아니 뜨지 않은적이 여러번 있었다.
‘내가 지금 일부러 하는 게 아닌데…’
하며 당황스러움도 느끼곤 했었다.
마치 내 몸이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태엽 장난감처럼
내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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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어떤 날은
정말 기이한 경험을 했다.
몇일 잠을 잘못 잤는듯..
목을 제대로 움직일수 없었다.
국선도의 준비운동 기혈순환유통법을 하고나면 조금 더 유연해 지긴 하지만
여전히 오른쪽 목과 어깨부위의 통증은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평소때처럼 통증과 마주하면 할수록 목의 통증은 더욱 심해졌기에
나는 그냥 단전만 바라 보기로 했었다.
도리도리..
아니 도~~~오~~~리~~~~, 도~~~오~~~리~~~~
설명할수 없을 만큼의 목의 흔들림
단전에 머무르던 계란알 크기의 붉은 돌이
갑자기 순간이동 한듯
아픈 목부위로 가있었다.
의도한 바는 아니다
목은 혼자서 좌우로 크게 젖혀지며 움직였다.
저~뒷사람, 아니 나의 등 반대쪽 날개뼈가 보일정도의 움직임 이였다.
‘목이 부러질 것 같은데…’
단단하게 묶어뒀던 머리끈이
흔들림에 못이겨 힘차게 날아가 버렸고
나를 보고 있던 사람들이
놀라서 슬그머니 뒤로 물러났던 적이 있었다
지금도 생생하다.
나조차
‘내 몸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나는 알수 없었지만
내몸은 알수 있었던 그날의 흔들림...
신기하게도 수련을 마친뒤
몇일동안 나를 괴롭혔던 통증이
그때의 흔들림으로 같이 날아가 버렸다는 거였다
그뒤로도 내몸이 어딘가 아플때
나의 주치 돌...
단전의 기운은 그곳을 향해 움직임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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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험들이 반복되면서
나에게 확실히 든 생각이 있다.
몸이 내 뜻대로 움직인다는 건
어쩌면 아주 좁은 생각인지도 모른다는 것.
수련을 오래 하다 보면
가끔은 몸이 나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을 더 잘 아는 것 같다.
지금 돌아보면
내 몸은
내가 억지로 통제하려던 것들을
하나씩 내려놓게 만들었던 것 같다.
물론 그 방식이
스프링 인형처럼 통통 튀는 거라든지,
머리끈이 날아가도록 목을 돌리는 식이었다는 게
여전히 웃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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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선도를 배우고 가르치면서
알게 된 가장 큰 진실 중 하나는
몸은 생각보다
훨씬 더 현명하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내 몸이 어떤 신호를 보내면
일단 웃으며 지켜보는 버릇이 생겼다.
‘그래, 이번엔 또 뭘 하려는 걸까?’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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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깊은 곳에서 만난 새로운 바닥
– 단전보다 더 깊은 곳, 내 몸이 이끄는 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