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전 아래, 더 깊은 자리로 내려간 날
오랫동안 나는
‘단전은 배꼽 아래 3~5cm’라는 말에
정말 충실했다.
그래서 매일 수련할 때마다
그 지점을 열심히 생각하며 호흡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조금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가부좌를 틀고 숨을 쉬며
아랫배 단전 자리에 집중하는데
마치 내 숨이
내가 늘 생각했던 그 단전의 밑바닥을
‘툭’ 하고 뚫고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처음엔 순간 착각인가 싶었다.
‘아니, 거기 아래 또 자리가 있다고?’
단전 아래,
내가 알고 있던 자리보다
더 깊은 곳이 열리는 듯한 느낌이
너무 낯설고 생경했다.
---
마치 늘 바닥이라 생각했던 곳에
숨겨진 문이 열리고,
계단을 타고 한층 더 내려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날, 처음으로
내 몸과 마음이 더 깊은 곳에서
딱 맞게 제자리를 찾은 듯
‘철컥’하는 안정감을 느꼈다.
한편으론 조금 민망했다.
‘그동안 내가 단전이라고 했던 자리가
진짜 단전이 아니었으면 어쩌지?’
하는 엉뚱한 걱정도 잠시 해봤으니까.
하지만 결국
이제야 비로소
진짜 바닥을 만난 기분이 들었다.
---
국선도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수련을 하다 보면
내가 생각했던 바닥보다
더 깊은 바닥이 늘 존재한다.”
지금 와서 보니
내가 경험한 그 순간이
바로 이 말을 설명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수련이
내가 알고 있는 나의 한계를
한 번씩 이렇게 가볍게 무너뜨리고
다시 새롭게 세워가는 과정이라는 걸
조금씩 깨닫고 있었다.
---
그날 이후로
나는 더 이상
한 곳만 바라보고 호흡하지 않게 되었다.
내가 머무는 자리는
언제든 더 깊어질 수 있고,
언제든 더 넓어질 수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단전호흡을 할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
“오늘은 또 어떤
새로운 바닥을 만날까?”
내 몸은 늘
내가 기대하는 것보다 더 깊고
흥미로운 곳으로
나를 안내하곤 했다.
---
⏭️ 다음 글 예고
– 초보 수련회원들이 겪는 혼란과 오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