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게 아니라 틀린 거야!

맞춤법에 그리 예민하지 않은 아부지가,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표현이 있다. 바로 "다르다"와 "틀리다"를 잘못 사용할 때다. 가령, 아부지 앞에서 "이 집 제육은 다른 곳과 틀려!" 같은 말실수를 했다가는, "틀려가 아니라 달라겠지!"라는 잔소리를 한세월 듣게 될 것이다.


아부지는 음식을 가리지 않는다.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없다. 혹자(엄마)는 그의 입을 "분쇄기" 정도로 표현한다. 맛을 감별하기보다는 그냥 위로 넘긴다는 뜻이다. 그런 아부지가 유일하게 "좋아한다"고 표현하는 과자가 있다. 바로 '짱구'다. 과자를 좋아하는 세 모녀가 옆에서 수많은 과자를 까놓고 과자파티를 즐기고 있을 때도, 아부지는 지퍼 달린 대용량 짱구를 우적일 뿐이다.


뭘 먹어도 맛을 구분치 못하는 분쇄기 아부지는, 수상할 정도로 '짱구'에게만은 기민한 혀를 가졌다. 나에게 짱구과자는 그냥 다 같은 짱구과자인데, 짱믈리에 아부지에겐 그렇지 않다.

아부지는 삼양 짱구를 좋아한다. 하지만 마트에서는 대부분 브랜드 구분 없이 하나만 판다. 그리고 그건 대부분 크라운 짱구이다.

아부지는 마트에서 삼양 짱구를 먼저 수색한다. 그리고 없으면 속상해하며 크라운 짱구를 집는다. (안 먹진 않음) 그런 아부지에게 난 이런 질문을 한다.

"아부지, 크라운짱구가 삼양짱구랑 달라?"

그럼 아부지는 대답한다.

"크라운 짱구는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거야. 삼양 짱구가 정답이야!!!!"

다른 것과 틀린 것을 확실히 구분하는 아부지에게 크라운 짱구와 삼양 짱구는 옳고 그름의 문제였다.


삼양 짱구는 담백하고, 크라운 짱구는 자극적이다. 대중은 크라운 짱구를 선택했지만 마니아들은 삼양 짱구를 택했다. 아부지는 53년의 인생동안 종종 본인과 같은 짱구 애호가를 만났고, 그때마다 빼먹지 않고 물었다고 한다.


"어떤 짱구 좋아하세요?"


그럼 돌아오는 답변은 항상 같았다고 한다


"삼양 짱구 오리지널이요."


다수의 머글들에게 밀려난 소수의 마니아층인 셈이다. (출처: 아부지의 53년 통계)


어제, 정말 오랜만에 삼양 짱구와 크라운 짱구를 동시에 파는 곳을 발견했다. 두 짱구를 나란히 비교해보니 삼양 짱구에는 ‘ORIGINAL 최초의 짱구’라고 적혀 있었다. 찾아보니 정말 그랬다. 삼양이 원조였고, 크라운은 뒤늦게 유사 제품을 출시한 셈이었다. 게다가 이름도 다르다. 삼양은 그냥 '짱구', 크라운은 '신짱'. 이름부터 후발주자였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마트에서는 '신짱'만 취급한다. 아부지가 억울해할 만도 했다.


마트에 가면 늘 짱구만 사 오는 아부지를 위해, 삼양은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으면 좋겠다. 당신들, 원조면서 왜 이렇게 조용해? 당신들을 묵묵히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삼양은 잊지 마라.
오랜 애정을 가지고 당신들의 과자를 사랑하는 이가 있다는 걸.

지금 이 순간 경쟁사 과자를 우적이고 있더라도,

마음은 항상 당신을 향한다는걸..



번외

나 : 아부지는 삼양 짱구가 왜 더 좋아?

아부지 : 식감도 더 좋고 더 안달아서 안물리니깐 그 좋은 식감을 무한~~으로 즐길수있어

엄마 : 뭘 왜 자꾸 무한으로 먹을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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