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상림이에게 미친 운이 깃든 시기가 있었다.
무엇을 해도 뽑기 운이 따랐고,
사소한 이벤트에도 당첨이 쏟아졌다.
그런 상림이에게 우린 농담처럼 말했다.
“야, 너 이번 주에 로또 사면 진짜 되겠다.”
그런데,
상림이가 진짜 로또를 사겠다고 했다.
그 순간 이상하게 확신이 들었다.
아, 쟤 된다. 무조건 된다.
저 정도 행운이면 진짜 된다.
그래서 속으로 빌었다.
상림아 제발... 사지 마.
그거 진짜 되면 내 배 찢어진다..
나는 상림이가 로또 1등에 당첨됐다고 믿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부터,
당첨 결과가 발표되는 토요일까지,
나는 배가 아팠다.
난 남의 행복에 배 아픈 게 뭔지 몰랐는데
비유가 아니라 진짜로.
말 그대로 ‘물리적으로’ 아팠다.
아이고 아이고!!!! 집에서 계속 굴러다녔다.
집에서도 머리 잘린 삼손마냥 시무룩 상태여서
왜 그러냐는 아빠의 질문에 상림이가 로또 1등 됐다고 하며 설명하니 아빠가 황당해하기도 했다.
그거 안된 거야 키봉아
그리고 토요일.
상림이에게서 연락이 왔다.
“나 로또 안 됐어.”
그 말을 듣자마자,
놀라움보다 먼저 안도가 찾아왔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나 자신에 놀랐다.
나는 이런 사람이었다.
누군가의 1등에, 이토록 속이 쓰린 사람.
그렇게나 옹졸한 사람.
그날, 나처럼 배 아파하던 친구 포도는 말했다.
“나는 이제 친구가 로또에 당첨돼도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거야.”
하지만 나는,
그건 마음먹는다고 되는 게 아니란 걸 알았다.
그건 의지의 영역이 아니었다.
질투는 의외로 깊고,
부끄러울 정도로 본능적이었다.
시간이 흘렀다.
나는 20대 초반에서 중반이 되었고,
아직도 그날의 옹졸한 질투심을 선명히 기억한다.
부끄럽지만 결코 부정할 수 없는 내 자화상 같은 그날..
미성숙한 날것의 감정을 드러냈던 그날을 회상하며
이제야 늦은 다짐을 한다.
앞으로 결코.. 가까운 누군가의 행복에, 인생역전에, 불로소득에, 일확천금에
배 아파하지 않는 성숙한 사람이 되겠다고..
진심으로 박수를 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나는 얼은이니까.....
이제야 진심으로 축하의 말을 전한다.
상림아,
그땐 부러워만 하고 한 번도 이 말을 못 해 준거 같아.
그때 내 상상 속 너의 로또 1등.. 진짜 축하했다.
- 4개월 만에 로또를 사다 그날을 떠올리며, 25세 바키봉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