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페너 맛집 판별법

인생에서 진짜 좋아하는 음식을 만나는 건,

생각보다 흔한 일이 아니다.

그리고 2024년,

나는 무려 두 가지 인생 음식을 만났다.
오늘은 그중 하나, 아인슈페너.
그리고 그 아인슈페너에 얽힌

전설 같은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솔직히, 아직도 헷갈린다.

내가 아인슈페너를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그 전설에 감동한 건지.


그 놀라운 이야기

한 번만 들어봐라


어느 날 한 여자가 나에게 은밀히 다가왔다.

그 여자는 첫 만남에 스스로를 아인슈페너 광인이라 소개했다.

그녀는 말했다


"키봉님, 제가 아인슈페너에 진심이라

서울 3대 아인슈페너라고 하는 집도 다 가보고,

어디 카페 가서 아인슈페너 판다~ 하면

다 먹어보고 그랬거든요.

그런 제가 그 가게 아인슈페너를 먹어보기도 전에

이 집이 잘하는지~ 못하는지~

판별하는 방법이 있어요.

뭔지 알려드릴까요?"


아인슈페너?

솔직히 나도 몇 번 마셔봤다.

예쁘긴 한데, 뭔가 애매했다.

맛은 흐리고, 가격은 비싸고, 뭘 즐기라는 건지도 잘 몰랐다.

나는 여태 아인슈페너를 그저 인스타 감성 음료쯤으로 여겼다.

근데 그런 아인슈페너를 진심으로 즐기는 자가 있다고?


그녀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다.

아인슈페너는 맥주처럼, 위에 떠있는 거품과 그 아래 있는 커피를 "동시에" 마시며 즐기는 음료이다.

다른 음료처럼 빨대로 먹으면 아인슈페너를 제대로 즐길 수가 없다.

근데 아인슈페너를 시켰는데 빨대와 함께 준다?

그럼 그건 아인슈페너의 기본도 모르는 자가 만든

아인슈페너라는 뜻이나 다름없다.


먹어볼 필요도 없다는 거다.

빨대를 받은 순간 그건 이미 안 먹어봐도 안다는 거다.

맛없는 아인슈페너라는 걸.

기본도 안된 아인슈페너라는 걸.


그녀는 만약 카페에 가서 아인슈페너를 시켰는데

아인슈페너를 빨대와 함께 준다면

그 즉시 그 아인슈페너는

그 사람 머리에 부어버려도 버려 버려도

된다고 했다.


그리고 그 기본 원칙을 아주 잘 지키는

유일한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있다 했다.

그곳은 그녀가 유일하게 인정한

프랜차이즈 아인슈페너 맛집이랬다.


그녀는 그 카페에 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아인슈페너를 시켰보았는데

아이스아메리카노는 빨대와 먹어야 하는 돔 뚜껑에,

아인슈페너는 빨대 없이 마시는 플랫 뚜껑에 줬으며

아메리카노에만 빨대를 제공했다고 한다.


그 후 여러 지점을 방문해 테스트해 봤지만

모든 곳에서 공통적으로 행동했다고 한다.

너무 동일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고 이 정도면 매뉴얼이 있음을 확신했다고 한다.


그녀는 추가적인 테스트를 진행했다고 한다.

아인슈페너를 시키면 빨대를 주지 않지만,

의도적으로 빨대를 달라고 이야기해봤다고 한다

그러자

"아인슈페너는 빨대와 먹는 음식이 아닙니다"

라고 1차적인 거절을 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달라하면 줌)


혹시라도 올바른 음용법을 모르는 손님이 있을까봐

그렇게 마실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말도 안 돼요!! 모든 지점에 그런 교육을 시킨다고요?

그리고 당신은 그렇게 철두철미하게

여러 지점을 테스트하고 다니셨다고요?"

"못 믿으시겠으면 저랑 오늘 그 카페에 가서

일부러 빨대를 가져가보세요"


즉시 카페로 가서 아인슈페너를 시켰다.

잠시 후, 아메리카노를 받은 손님들에겐 빨대가 제공됐지만
내 아인슈페너에는 빨대가 없었다.

그녀가 나를 힐끗 바라봤다.
그 미소가 꼭 “그렇죠?”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침을 꿀꺽 삼키고..

카운터에 빨대를 뽑으러 갔다

그때였다


탁..!!


"손님.. 아인슈페너는.. 빨대랑 먹는 게 아닙니다.."

사장님이었다.

사장님이 빨대를 뽑으려던 내 손을 저지한 것이다.

진짜였다.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카페를 나오자마자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제 말이 맞죠?"

그리고 한입 맛본 아인슈페너..


크림과 커피가 동시에 입 안으로 들어오는 그 식감,

그리고 그 모든 걸 가능하게 만든 철저한 시스템.

한 잔의 커피에 진심이 담겼다는 건,

이렇게도 감동적일 수 있는 일이었다.

그날의 아인슈페너는 가히, 내 인생 최고의 아인슈페너였다.


그렇게 나는

2024년을 아인슈페너와 함께 보냈다.

앞으로도 나는 아인슈페너를 마실 것이다.


하지만 매번 잊지 않을 것이다.

그날 느낀 진심을
그리고 그 전설같은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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