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순대국밥 정체성

나는 순대국밥을 좋아한다. 평범했던 그날의 점심시간 때도 나는 순대국밥을 좋아했다.

어김없이 순대국밥이 젤루 좋다며 노랠 부르던 나에게 한 팀원 분이 이렇게 말했다.


A : "키봉님 그러면 땡땡님이랑 대화 잘 통하겠다! 땡땡님도 순대국밥 진짜 좋아하신대요!"

: "헉 진짜요? 한번 같이 밥먹어봐야겠넹~~"

A : "진짜 순대국밥에 진심이시더라고요;; 키봉님도 그럼 뫄뫄순댓국 아세요?"

: "? 몰라요"

A : "아 그래요..?? 순대국밥 마니아들 사이에선 유명하다던데.. 땡땡님은 서울 3대 순대국밥집 이런 것도 다 웨이팅 엄청 많이 하고 돌아다니신대요! 주말마다 순대국밥을 찾아 떠나신다는데 땡땡님 말로는 여긴 별로고 여긴 좋고 어쩌고 저쩌고..."


즉시, 시무룩 해졌다. 왠지 저 말을 듣고는 내가 "와 땡땡님은 순대국밥 진짜 좋아하시네 전 그 정돈 아니에요.."라고 말을 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가?

아니다!!

나도 순대국밥 진짜 좋아한다!!

결코 '나는 그 정돈 아니다'라는 말을 내 입에서 뱉을 순 없었다. 그래서 그냥 "그렇구나.." 하고 대화를 끝내버렸다.


속상했다.. 나도 순대국밥 진짜 남 못지않게 좋아하는데.. 땡땡님은 자신의 사랑을 순대국밥 투어로 증명했다. 하지만 내 사랑은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마치 누가 봐도 나는 땡땡님보다는 순대국밥을 안 좋아하는 사람이 된 거 같았다. 내 사랑이 부정당한 느낌이었다.


나는 모든 순대국밥을 다 좋아한다.

맛, 구분 못 한다.

서울 3대 순대국밥집? 모르겠다.

순대국밥이란 이름만 붙으면 다 좋다.

'이 집은 별로였다'는 기억조차 없다.

비슷한 맛으로, 늘 맛있었다.


깊은 생각에 빠졌다. 나는 내가 순대국밥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걸까? 사실 내 사랑은 우스운 정도였던 걸까? 아니야!! 그럴 리가 없잖아!!! 몇 날 며칠을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아님) 그러다가 번뜩 깨달았다.


나는 순대국밥 박애주의자였던 것이다.

‘어디가 더 맛있다’ ‘여긴 별로다’ 이런 평가 따위 하지 않는다. 모든 순대국밥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 어떤 순대국밥도 차별치 않고 모든 순대국밥을 평등하게 대하는 순대국밥 박애주의자였던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땡땡님은 순대국밥 평론가.

나는 순대국밥 박애주의자.

우리는 그저 사랑의 방식이 달랐다.


다시 그날로 돌아간다면 나는 움츠리지 않고 당당히 말하리라

"ㅎㅎ아 저는 순대국밥 박애주의자라서요, 모든 순대국밥을 차별 없이 좋아한답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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