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집념 06화

호젓하다.

by 로지

다음 날 한통의 메시지가 당연하다는 듯 날아들었다.

한가로운 시간을 만끽하며 우진 씨와의 데이트를 즐겼어야 하는 주말이 어쩌다 폭격 맞은 마음으로

난장판이 되었는지 애처로워진 나를 돌아볼 겨를도 없다.


나를 흔드는 존재는 그 여자가 아니라 우진 씨라는 결론에 다다른 건 순간이었다.

적어도 내가 바보는 아니라는 생각에 다행스러웠지만

무엇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나의 이성이 원망스러워도 어쩔 수 없다.

경험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의 과정을 거치고 불필요한 결과가 남게 되더라도 헤어 나오고 싶지 않다.


소용돌이 속은 훨씬 더 뜨겁고 앞이 안보이며 발도 닿지 않는다.


'제가 기대하는 것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원 씨와 대화를 나누면서 저와 우진 씨의 관계가 정립이 되길 바랐습니다. 막상 유지원 씨를 만나고 나니 친구 같은 마음이 들더군요.

욕심이어도 지원 씨를 더 보고 싶습니다. 제가 찾고 싶은 정답을 지원 씨에게서 얻으려는 게 아닙니다. '


길지만 길지 않은 메시지.

속을 알 수 없지만 알 것도 같은 내용.

누군가로 인해 만들어진 관계가 이상하리만큼 아련하다.







우진 씨의 낯선 괴로움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건 날 더 괴롭게 만들었다.

처음 보는 모습의 그가 불편하기 그지없다.

나의 분위기를 살피고 눈치를 보며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습이

정말 그 여자의 설명처럼 두 여자 사이를 오가는 중 이어서 일까?

분명하도록 내가 알고 있는 우진 씨의 진심은 진짜일까?


그 여자와의 첫 대면이 있었던 엊그제도 내게만 온 것이 아니라니.

그 여자와 무슨 말을 주고받았을지 상상해 보면 무조건 다툼이었을 것 같다.

하지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나를 구석으로 몰고 간다.

나 혼자만의 착각 속 사랑이었을까?

이런 식으로 질투와 의심 속에 진짜가 무엇일지 수수께끼처럼 답을 찾아야 하는 걸까?


우진 씨를 몰아가고 싶진 않았다.

질문이 많아지는 이유가 그를 믿지 못하는 나를 인정하는 것과 같았기에.

하지만 나의 눈빛만으로도 의중을 알아버린 우진 씨는 되레 나를 못마땅해했다.


처음 그 여자의 목소리를 들었던 차 안에서의 그날부터 날을 세우는 우진 씨를

내가 온전히 이해해 줘야만 하는 걸까.


이미 이해하며 두 사람 사이의 깊어진 골짜기로 내가 진입한 걸까.

후자가 맞다. 이건 나의 일이라며 도전해 오는 그 여자에게 기꺼이 나를 내어주었다.

말리는 우진 씨가 있었지만 그를 지키려는 마음에 아무것도 헤아리지 않았다.


우진 씨와의 대화가 온전치 못하는 지경으로 다다를 즈음 혼자만의 골똘한 시간이 필요했다.

사실은 우진 씨와의 온전함이 절실했다.

나의 손을 잡아주고 다독거려 주며 눈을 마주하고 신뢰를 보여주는 그가 필요했다.

하지만 혼자만의 고립을 택했다.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05화관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