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집념 13화

계류

by 로지

지친 마음으로 '될 대로 돼라' 하는 무기력에 가까워졌다.

누군가와 어떤 대화도 하고 싶지 않고 중요한 일 등 따위도 전부 뒷전으로 밀어버리고 싶다.

종일 침대에 누워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어둡게 만든 방 안은 계속 한밤중이다.

핸드폰은 소리는 극적인 소음이다.

주연이는 하루가 멀다 하고 나의 상태를 체크하고

무슨 일이라도 또 생길까 봐 내내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마음 같아선 당장 우진 씨든 그 여자든 어느 쪽이든 먼저 연락해서 지원이를 건드리지 말고 얼씬도 말라는 경고를 날리고 싶다고 하지만 내가 더 곤란해질까 봐 그러지도 못한다.

그 마음을 잘 알기에 주연이의 연락에만 반응하고 있다.

우진 씨의 연락은 기다려지다가도 모든 대화가 싫어진다.

언제까지 비뚤어진 마음으로 대할 순 없지만 그 여자가 나타나기 전 처럼 될 순 없다.

우진 씨를 떠올리면 자연스레 따라오는 그 여자의 모습이 더 이상 '우진 씨와 나' 두 사람이 아니게 됐다.

그 여자 생각이 온통 지배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그림자가 돼버렸다.






혼돈의 시간들을 뒤로한 채 책임감 없이 현실을 피하고 싶어졌다.

아무 곳으로나 잠시 잠깐이더라도 모든 걸 던져버리고 나름대로의 환기를 하고 싶었다.

어느 방향이든 상관없다.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설정해 두지 않고 내키는 대로 한참을 달렸다.

한적한 곳이 나오길 바랐지만 여전히 서울 도심 한가운데다.

이런 경험이 없으니 나도 모르게 익숙한 곳으로만 핸들을 움직이고 있나 보다.

행복해지려고 연애를 하고 두 사람이 함께 꿈을 꾸는 몽상가들처럼 헤매는 게 연애가 아닐까?

아무런 정의가 없던 나는 뒤엉킨 관계의 실타래를 풀지 못하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게 화가 난다.

20대 초반 어리기만 한 나이도 아니고 나름대로 어른의 모습을 한 채 혼란에 휩싸여있다는 게 부끄럽기만 하다. 나 혼자만 이런 성찰의 시간을 갖고 있는 걸까? 우진 씨도 나처럼 고민을 하고 나와 상의나 어떤 결정을 하는 모습을 보이길 바랐는데 내가 너무 많은 걸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건 내 몫인데 말이다.

기대는 하지 말고 그저 내가 어떤 것이든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데 줄 곧 끌려만 다니게 된 모습이 우습다.

아직까지도 그 선택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 이미 나는 우진 씨와의 미래를 선택하고 걸림돌이 된 과거 그 여자의 횡포를 정리하고자 나섰을 뿐이다.

과감히 내가 할 수 있을 거라고 나선 나의 무모함이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의 착각이자 망상일까?

생각의 끝에선 지금. 잠시 쉬고 싶다.

끝없이 울리는 전화기는 조수석에 던져두고 어느덧 도심을 벗어나 낯선 동네 길가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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