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희의 기쁨과 슬픔

by 김 몽

선희는 가방을 챙겨 회사를 나왔다.

좀 더 일찍 회사에서 나오려 했으나 그 순간 사장이 사무실에 다시 들어오는 바람에 좀 늦어졌다.

친구는 인근의 커피숍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황급히 도착한 선희는 울먹이는 눈빛으로 친구에게 말한다.

"요즘 사장이랑 너무 안 좋아서 퇴사하려고 준비하고 있어"

하지만 퇴사이야기를 들은 지 한참이나 지난 탓에 친구는 또 그러려니 한다.


둘은 커피숍에서 일어나 인근 가성비 좋은 횟집으로 향한다.

논현역엔 퇴근하는 이들과, 퇴근 후 한잔 하려는 이들이 뒤섞여 항상 북적인다.


메뉴를 보기 위해 가방에서 안경을 끄집어내려는 순간, 선희는 화들짝 놀란다.

안경집과 함께 짱구가 쓸려 나왔다.


"에구, 이게 모야? 짱구자노!"


짱구는 두 친구가 만났던 커피숍 옆자리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이 나가려는 순간 가방의 액세서리가 짱구의 팔에 끼어서 이곳까지 딸려오지 않았나 싶다.

아님, 출구를 찾는 답답한 선희의 마음이 짱구를 데려왔는지도 모른다.


두 친구는 뜻밖의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나 어렸을 적 짱구만화책 전집을 사서 봤었는데, 만화영화보다 만화책이 훨씬 재밌다니까!"

하며 선희의 추억을 이야기한다.

주문한 산낙지와 회로 화려한 술상이 차려졌다.

"짱구야! 이거 먹어봐~"

하며 꿈틀대는 낙지 한 점을 권하기도 하고, 머리에 올리기도 하며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잠시나마 우울한 선희의 얼굴이 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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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자, 선희는 다시 퇴사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한다.

선희는 20대부터 이때까지 한회사에서만 일을 했다.

그녀는 충직한 성격으로 자기 회사처럼 최선을 다해 일하다가 몇 년 전 건강이상으로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다행히 건강히 회복되어 다시 사무실에 복귀하였는데, 그때부터 사장과의 문제가 서서히 생기기 시작했다.

선희의 재택근무 기간 동안 아들이 나와 일을 돕기도 했으나 아버지의 성격을 못 이기고 퇴사했고, 모자란 일손을 채우기 위해 사장이 직접 실무에 관여하는 빈도가 높아졌다.

얼마 전부터 사장은 선희의 업무처리 방식이나 그녀의 항변에 대해 사사건건 불만을 표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퇴사라는 이야기가 오가기 시작했다. 또한 오래된 관계이지만 사장이 예의를 지키지 않고 버럭 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갱년기 남자의 전형적인 히스테리도 섞여 나온다. 선희도 나이가 먹을 데로 먹은 지라 더 이상의 잔소리와 모욕을 참기도 힘들다. 매일매일이 지옥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선희는 속시원히 회사를 당장 그만두기 어렵다. 자신이 갑자기 그만둔다면 오랜 파트너십을 맺은 회사들의 업무가 당장 대혼란에 빠질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다들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한다. 그거야 이후 사장이 알아서 할 일이지 네가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선희가 당장 그만 못 두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회사에 다니기 때문에 유리한 대출이 있기 때문이다.

제3자처럼 그냥 그만두라고 하기엔 속이야기가 너무 많은 것이다.


지금 나이에 새로운 회사에 취직하기도 힘들거니와 거기 서라고 꽃길만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는 멈추는 방법을 도저히 알지 못한다. 한 번도 회사를 옮겨보지 않아서 어떻게 퇴사하는지 방법을 모른다.

작은 회사라 모든 게 그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구석이 없다.


이혼숙려캠프에서 본 중년부부의 사례가 마치 선희의 이야기만 같다.

남편은 권위적 의식에 절어 말대꾸하는 부인을 호데게 나무란다.

부인은 일찍 시집와서 가정에 헌신하며 재산을 불리는데 많은 공헌을 하였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은 아버지가 싫어 밥도 같이 안 먹고 집을 나가 독립을 해버렸다.

남편이 외도를 한 적도 있지만 이제는 그럴 힘도 의지도 없다.

집에서 주는 밥에 자꾸 이렇다 저렇다 잔소리를 한다.

부인은 자주 눈물을 보인다. 남편은 모른척한다.

이제 공공연히 이혼하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여자는 갑자기 심해진 남편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부인도 이혼하고 싶지만 이제까지의 삶을 부정하게 되는 이 새로운 길이 너무나 힘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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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희는 답답한 마음에 술 한잔을 따르며 짱구에게 묻는다.


"나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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