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칼라니티,『숨결이 바람 될 때』

책을 읽고 느끼는 감상(鑑賞)

by 동글
9788936434120.jpg?type=w966


암이 넓게 전이되어 있었다.

나는 신경외과 레지던트로서 마지막 해를 보내는 중이었다.


폴 칼라니티의 『숨결이 바람 될 때』는 본질적으로 철학적인 책이다. 젊은 나이에 어린 딸과 아내를 남기고 홀로 먼 길을 떠나야만 했던, 한 신경외과 의사가 인생과 죽음, 그리고 도덕에 대해 기술한 회고록이요,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가 진실로 이 땅에 살아있었다는 증거다.


모든 생명체는 언젠가 죽는다. 나도 그렇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그렇고, 모두가 그렇다. '죽음'이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 중, 그 무엇보다 가장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이기에, 우리 모두는 언젠가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나 자신의 '죽음'을 상상하는 것은 무언가 불편한 일이다. '죽음' 이후엔 무엇이 있는가? 기독교에서 말하는 천국?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 아니면 그 어떤 것도 없는 절대적 무(無)? 우리는 무지하기에, '죽음'이란 본질적으로 미지의 세계요, 두려움이다.


그렇다면 육체적 쇠락과 죽음 앞에서도 인간의 삶을 의미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계속 살아갈 만큼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 모두는, 언젠가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해야 하는 비극적인 운명을 갖고 태어난 존재이기에, 이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살아가야 한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건강을 이렇게 정의했다.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 그리고 '사회적, 영적으로도' 완전히 안정된 역동적인 상태"라고. 삶이란, 단순히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그것이 보다 중요하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승리감을 느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게의 집게발에 붙잡힌 기분이 들었다. 암의 저주에 걸린 나는 다가오는 죽음을 무시하지도 거기에 매이지도 못하는 기이하고도 불편한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암은 물러나 있을 때조차 긴 그림자를 드리웠다. 라고. 본인의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길을 잃고 방황하는 법이다. 그도 그랬고, 나도 그럴 것이며, 아마 당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우리는, 그 마지막 순간에 무엇에서 의미를 찾을 것인가.




우리는 사람의 생사가 걸린 일을 책임져야 하는 힘겨운 멍에를 졌다. 우리 환자의 삶과 정체성은 우리 손에 달렸을지 몰라도, 늘 승리하는 건 죽음이다. 설혹 당신이 완벽하더라도 세상은 그렇지 않다.


이에 대처하는 비법은 상황이 불리하여 패배가 확실하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의 판단이 잘못될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환자를 위해 끝까지 싸우는 것이다. 우리는 결코 완벽에 도달할 수는 없지만, 거리가 한없이 0에 가까워지는 점근선처럼 우리가 완벽을 향해 끝없이 다가가고 있다는 것은 믿을 수 있다.


폴 칼라니티, 『숨결이 바람 될 때』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