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1

트라우마의 시작

by 시면

<트라우마: 극단적인 스트레스 사건을 본인이 직접 경험, 또는 목격하거나, 가까운 사람이 이러한 사건을 경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이러한 자극에 노출되어 정신적인 충격을 받게 되면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성폭력, 사고나 신체부상, 아동기 학대, 가정폭력, 학교폭력, 가까운 사람의 갑작스러운 사망, 생명에 위협을 주는 질병, 범죄 피해 등).>




나의 모든 트라우마의 시작과 끝은 아빠였다. 아빠는 자기감정이 제일 중요한 7살짜리 어린아이와 같았고 마음대로 휘두르는 당신의 감정이 가족들에게 얼마나 폭력적인지를 알기에는 너무나 미성숙한 사람이었다. 7살 어린아이는 자기감정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아내라던가, 딸이라던가, 약자라던가 하는 개념은 크게 중요치 않았다. 먹고 싶은 음식, 하고 싶은 행동, 뱉고 싶은 말들이 가장 우선이 되었고 이를 인정해주거나 수용해주지 않으면 따라오는 폭발적인 감정과 행동은 실로 7살 어린아이임이 분명했다. 문제는 그것이 성인의 몸에서 나왔다는 것뿐.


그렇기에 유년기를 비롯한 나의 10대는 이 어린아이의 비위를 맞추고, 달래고, 눈치를 보는 일상이었다. 수틀리면 날아오는 폭력은 가정에 있는 모든 시간을 불안정하고 공포스럽게 만들었다.

7살 어린아이는 어린아이이기만 했던 것이 아니라 살아오면서 쌓인 자격지심도 한껏 가지고 있던 성인이었기 때문에 자식들이 당신의 자격지심을 풀어주기를 바랐고, 이 역시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무자비한 폭력이 되어 돌아왔다.


아빠의 감정은 철로가 없는 롤러코스터 같아서 어느 지점에서 터지는 것인지, 어느 지점에서 괜찮은 것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어제는 괜찮던 것이 오늘은 괜찮지 않았고, 오늘은 폭발했던 부분이 내일은 그냥 지나가는 단 하루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들의 연속이었다.


예측실패는 죽음과도 같은 폭력을 가져왔고, 그 폭력 안에서 나는 더더욱 불안에 떨었다.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를 자꾸 생각하고, 잘못된 상황이 벌어질 것에 대한 두려움은 점점 커졌다.


죽음에 대한 직·간접적 경험, 그것이 트라우마의 시작이 되었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