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2

첫 폭행

by 시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나는 외가에서 외조부모님과 함께 생활했기 때문에 부모님과의 교류는 많지 않았다. 주말마다 와서 나와 놀아주고 웃어주는 부모님의 모습이 나에겐 전부였고, 내 생활 전반에 보호자는 조부모님이었으니까. 조부모님은 온화하고 수용적이셨다. 항상 책을 곁에 두고 틈나면 독서를 하고, 라디오로 뉴스를 듣고, 나의 머리를 예쁘게 묶어주고, 정성들여 삶은 희디 흰 옷을 입혀 유치원에 보내주시는 그런 어른이었다.


나의 세상에서 어른은 그런 모습이었다.

아빠를 만나기 전까지는.


초등학교 입학이 다가오면서 나는 부모님과 함께 지내게 되었다. 그 때 내 기분이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부모님과 함께 지낸 기억의 시작은 폭력에서 출발하므로.


당시 엄마는 회사원이었고, 아빠는 전업주부였다.

어떤 한 날에, 아빠는 아침을 준비했고 나는 그걸 먹지 않겠다고 투정을 부렸다. 아빠의 기분은 점점 더 안좋아져갔고 그걸 바라보는 엄마는 초조해보였다. 그리고 출근을 하는 엄마는 아빠를 보며 애원했다. 제발 애를 때리지 말라고. 아빠는 그런 엄마를 안심시켰다. 그러지 않을테니 출근하라고. 엄마는 떨어지지 않는 발길로 출근을 했고 아빠는 나를 안방으로 불렀다.


나는 그런 아빠도 엄마도 영문을 모른채 지켜만 보았다. 엄마가 왜 저러는지, 아빠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아침을 먹지 않은 대가는 아빠가 검도할 때 사용했던 죽도로 인정사정없이 내려치는 폭력이었다. 처음엔 침대를 잡고 엉덩이를 내밀라고 했고 나는 영문도 모른채 아빠의 지시를 따랐다. 그 다음은 제대로 서있을 수조차 없는 매질이었다. 한대를 맞고 엎어지면 다시 일어서라했고, 그 다음 죽도가 내리쳤다. 울면서 빌고, 다시 자세를 잡으라는 명령의 반복 안에서 죽도질은 계속 되었다.


나는 8살이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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