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3

폭력으로 점철된 시간들

by 시면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로 아빠는 내 생일만큼은 꼭 친구들을 초대해서 특별한 파티를 열어줬다. 내가 먹고싶다 했던 음식이 차려지고 사랑받는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그 날에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을 수 있는 정말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존재가 되는 것만 같았다. 특별한 이벤트로 준비되는 그 날에는 나 뿐만 아니라 친구들도 재미있으라고 아빠는 다양한 퀴즈나 보물찾기 같은 행사를 준비했다. 그 덕에 내 생일 파티에 다녀간 아이들 모두가 입을 모아 재미있었다고 해주었고 나는 생일 파티가 끝나고 나서도 한동안은 아이들의 관심을 받는 몸이 될 수 있었다.


그 해에도 어김없이 나의 생일 파티날이 다가왔다. 생일 일주일 전부터 나는 들떠있었고 아이들에게 직접 만든 초대장을 돌리면서 생일 파티에 대한 기대감은 고조되었다. 다만 당시 같은 반 아이 중에 내가 참 싫어하는 친구가 있었고 나는 그 친구를 생일에 초대하고 싶지 않았다. 아빠는 친구니 그래도 초대해야한다고 했고, 그래서 억지로 그 친구를 집으로 불렀다. 아니나다를까 초대된 친구는 집에서도 정말 꼴보기가 싫었는데 그런 와중에 아빠는 준비한 퀴즈에서 그 친구에게 내 생일선물을 나와 상의도 없이 경품으로 줘버렸다. 나는 참지 못했고, 성질을 냈고, 파티가 끝나고 아이들이 돌아간 후 아빠는 나를 때렸다.


이 때쯤엔 그마저도 있던 훈육을 빙자한 모습조차 없어져서 엉덩이를 대라느니, 종아리를 걷으라느니도 없고 인정사정없이 죽도로 내리치는 폭력만이 난무했다. 그나마 덮어씌운 이불이 생일자에 대한 배려였을까. 폭력을 난사하고 나면 아빠는 방을 나가버리고 나는 울다가 지쳐 잠들었다.


나의 생일은 내가 주인공이 아니었다.

아빠가 즐기고 싶었던 소꿉놀이 같은 작은 파티였을 뿐,

나는 그 파티를 망친 불청객일 뿐.


낮술에 거나하게 취해 돌아와 거실에 휘갈긴 오줌을 울며 치우던 기억, 아빠에게 맞는 걸 방어하다 퉁퉁 부은 새끼손가락을 엄마는 피아노 선생님에게 문에 찧어서 그런거라고 말하라던 기억, 아끼던 인형을 버려서 울었다고 머리채가 잡혀 맞았던 기억, 동생이 잘못하면 나에게 폭력이 날아올까 동생 행동을 전전긍긍하며 바라보던 기억, 아빠의 심기를 거슬렀단 이유로 무자비하게 맞고난 엄마가 왜 신고를 하지 않았느냐고 나에게 원망을 쏟아붓던 기억.


미처 기억도 하지 못할 만큼의 폭력들이 난무했다.

나의 유년시절은 그렇게 폭력으로 점철되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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