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형성
<애착: 영아와 주 양육자 사이의 정서적 유대. 애착은 개인의 애착 상태와 질을 포괄하는 용어이며, 애착 행동은 특정 인물을 좋아하게 되어 그 인물에게 접근하거나 그 접근을 유지하려는 일련의 행동 양식을 의미한다.>
애착은 영아를 대상으로 시작된 이론이지만 영아 때 형성된 애착유형은 살아가면서 어떤 관계를 경험하느냐에 따라 변화한다.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외가에서 외조부모님과의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했지만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부모님과 살게 되면서 불안정한 세계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당시 회계사를 준비하기 위해 퇴사를 한 아빠가 주 양육자가 되었고, 자연스럽게 경제활동을 하던 엄마보다 아빠와의 함께하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다.
감정을 예측할 수 없던 아빠, 가정에서 가장 강한 존재였던 아빠, 그리고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볼 수 있었던 아빠 안에서 나는 끊임없이 아빠의 감정을 탐색하고 맞추면서 내 안에서 나 자신보다 아빠가 더 중요해졌다.
아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버려질 것이다, 아빠의 기준에 맞춰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는 말들이 내 안에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두려움이 커졌다. 어린 나에게 버려짐은 곧 죽음이고, 버려지지 않기 위해서는 아빠에게 매달렸어야 했다. 아빠의 기분이 유독 좋은 때가 종종 있었는데 대표적인 한 가지는 내가 무언가 성취를 했거나, 내가 잘났다는 점이 증명될 때였다. 성적은 물론이요, 당시 진행했던 IQ 검사에서 높은 IQ가 나오자 그렇게나 기뻐하던 아빠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나의 성패, 나의 우열, 모든 것이 아빠의 감정을 결정지었다.
그렇게 아빠의 감정은 내 책임이 되었다.
나는 계속해서 아빠가 날 사랑하고 있는지를 확인받아야 했다. 언제 어떻게 그 사랑이 철회될지 몰랐기 때문에. 나의 아주 작은 행동과 말투 하나에도 사랑은 떠나가고 폭력은 찾아와서 나는 나보다 아빠를 우선하는 것이 생존의 방식이 되었다.
아빠는 내가 성적이 우수하고, 엄마처럼 마른 몸매에, 변호사라는 자신의 꿈을 이뤄줄 수 있을 것만 같은 언변실력과 학교에선 누구라도 인정할만한 아이가 되길 바랐기 때문에 그런 모습의 아이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애썼다. 그에 더해 아빠는 자신의 감정을 성숙하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사람이므로 나는 아빠가 말하지도 않은 감정을 은연 중에 눈치채 기분에 맞는 행동들까지 하는 아이가 되어 아빠에게는 대체할 수 없는 자랑스러운 딸이 되기 시작했다.
생존을 위해 아빠와 정서적 유대를 맺으려 했지만 이는 오히려 아빠가 나에게 강한 애착을 가지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