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이 다시 올라오기 시작했다

미움을 인정할 때 용서도 함께 온다

by 유담

한동안 잊고 지냈다.

사라진 줄 알았는데, 틈만 나면 얼굴을 내미는 이 녀석이 참 난감하다.

그때는 아무렇지 않게 넘겼던 일인데, 왜 지금 다시 아픈 걸까.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일까.

아니면 바뀌지 않는 나의 본성일까.

그 경계에서 나는 멈춰 서서 나를 바라본다.


언뜻 누군가를 향한 분노 같지만, 사실은 내 안을 향한 실망이 크다

미움은 언제나 타인을 향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화살 끝에는 결국 내가 서 있다.

‘왜 나는 늘 이런 관계를 반복할까?’

‘왜 그때 더 단단하지 못했을까?’

그 질문 속에는 자책과 두려움, 그리고 이해받지 못한 마음이 함께 엉켜 있다.

사랑과 함께 태어난 그림자 같은 이 녀석을 어떡하면 다르게 바라볼 수 있을지 늘 고심한다.


나는 주변 사람들과 같이 호흡하고 싶었다.

함께 길을 걸으며 같은 바람을 느끼고,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싶었다. 때때로 그들의 삶이 나의 방향과 다름을 느낄 때 그럴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이상하게도 원망과 미움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때론 나에게 기대어 그 짐을 내려놓기를 바라기도 했었다.

서로 기대어 가는 것이 사랑의 모습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그 짐이 내게로 왔을 때,

나는 버거웠다.

짐은 생각보다 무거웠고, 나는 그 무게를 감당할 힘이 없었다. 스트레스라는 단어 속에서 나를 지키기 위해 도망칠 방법도 찾으려 했다.

기꺼이 돕고 싶었던 마음과 달리, 현실 속의 나는 자꾸만 흔들렸다.


원망과 미움의 단어에 갇혀 나는 늘 갈팡질팡한다.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그들이 나에게 기댄 만큼,

나에게 무언가가 돌아올 거란 기대를 했었던 걸까.

안 그런 척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기대고 싶었던 것일까?


완전한 이해도, 완전한 사랑도 불가능한 채로

그럼에도 서로에게 기대고,

그럼에도 함께 걸어가기를 선택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향한 원망의 밑바닥에는 ‘내 마음을 좀 알아주길 바랐다’는 오래된 소망이 있었다.

그걸 표현하지 못해 미움이 된 것이다.


내가 먼저 내 안의 미움을 이해해 줄 때, 이해하지 못해 미웠던 사람도,

그 미움을 품고 있었던 나 자신도, 이제는 조금씩 용서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함께 걷고 싶어요.

속도가 달라도, 가끔은 방향이 달라도

손을 잡고 함께 걷고 싶어요.”


그러면서 서로를 인정하고,

서로를 사랑하는 어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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