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생명을 지키는 사람이다. 그리고 오늘은…
그날 저녁, 아내는 퇴근하자마자 말했다.
“미술관, 갈래?”
말없이 전시장을 걷던 그녀의 눈빛엔,
이상하리만치 깊은 어둠이 깃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림을 다 본 뒤, 벤치에 앉자
그녀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오늘… 내가 돌보던 고등학생 여자아이가
하늘나라로 갔어.”
나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환자 이야기를 하며 아내가 우는 모습을
처음으로 봤기 때문이다.
“같이 게임도 했고, 이야기 나눴는데…
내가 너무 정을 줬나 봐.”
그녀는 간호사였다.
하지만 그날 나는,
슬퍼할 줄 아는 사람,
누군가를 잃은 ‘한 사람’의 얼굴을 보았다.
며칠 후, 아내는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신규 간호사 시절, 나이트 근무를 마치고
집에 있던 어느 날.
자신이 맡았던 환자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혹시 자신의 실수일까 싶어
병원으로 다시 달려갔던 기억을 꺼냈다.
“수간호사님 앞에서 울었어…
나 때문일까 봐 무서워서.”
그리고 이번엔,
신입 간호사가 점심시간에
병원에 찾아와 울고 갔다고 했다.
“실수는 없었는데…
자기가 죽게 한 것 같다고 하더라고.”
아내는 조용히 말했다.
“이 일이…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많아.”
작은 실수도 큰 죄책감이 되고,
실수가 없어도 마음엔 늘 책임이 남는다.
매일매일 감정의 파도를 건너는 사람들.
그들은 ‘강한 사람’이라 불리지만,
나는 안다.
그 단단함은 말할 수 없는
수많은 울음 끝에서 오는 것임을.
그녀는 간호사였다.
그리고 사람이었다.
그녀의 마음 위에
나는 조용히 손을 얹고 싶었다.
오늘도, 누군가는 말할 수 없는
감정 위에 조용히 선다.
그들이 웃을 수 있기를. 울 수 있기를.
그리고, 지켜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