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나는 간호사님 남편이다

아이 앞에서 작아지는 사람

by 송필경

아내는 간호사다.
그리고, 딸아이의 엄마다.

한 치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 병동에서
매일 수십 명의 생사를 오가는 순간들을 지나온 사람.
누군가에겐 마지막이 될지 모를 순간 앞에서도
냉정하고 단단한 사람이었다.

그런 아내가,
아이 앞에서는 다르다.

작은 열에도
두 시간마다 체온계를 꺼내 들고,
열이 내려가지 않을까
침 삼키며 기다린다.

"좀처럼 열이 안 떨어지네…"
그 말 한 마디에 담긴 불안이
내게까지 전해진다.


아내는 늘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한다.
혹 응급이 생기고,

남편인 나도 움직일수 없는 상황일때,
어린이집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아이를
늦은 저녁에 데려오는 날이 생긴다.

"혼자서 기다렸을 걸 생각하면
진짜 마음이 아파."

나이트 근무가 있는 날엔
아이가 칭얼거리며 겨우 잠든 틈을 타
소리 없이 유니폼을 챙긴다.
출근하는 걸 들킬까
숨죽이고 현관문을 닫는 모습이
한없이 작아 보일 때가 있다.

아이가 아픈 날에도,
병동은 돌아간다.

"오늘은 빠지기 어려워…
나 대신 들어갈 사람이 없어서."

그 말을 하는 아내의 목소리는
언제나 한 톤 낮다.


아내는 아이에게 늘 최선을 다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아내의 부재를 대신할 수 있어도,
아내는 누군가의 부재를 대신해야 하는 입장이다.

엄마로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양쪽 모두를 완벽하게 해내기란
늘 버거운 일이다.

아내는 그런 날들 속에서도
늘 자신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죄인 같은 마음으로 아이를 안아줄 때가 많다고.

나는 안다.
아내는 누구보다 열심히 엄마라는 이름을 지키고 있다고.
그 마음이 느껴지기에
나는 가끔 말해준다.

"당신은, 충분히 좋은 엄마야.

그 한마디에
조금이나마 아내의 마음이 풀린다면
그걸로 오늘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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