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불닭볶음면
아이는 잠시 외할아버지 댁에 맡기고
이브닝 근무를 마친 아내를 데리러
병원 앞으로 갔다.
밤공기 속 지친 얼굴이 차에 들어섰다.
다행히 응급은 없었고,
제시간에 퇴근할 수 있었다고 했다.
조수석 문을 열고 타자마자,
아내는 인사보다 먼저 말을 꺼냈다.
“오늘 진짜… 미치는 줄 알았어.”
나는 조용히 차를 출발시키며
그 하루를 함께 달렸다.
“환자 상태가 안 좋아져서
하루종일 난리였거든.
"오더는 계속 떨어지고,
그 오더 처리하면 또 다른 환자들 돌봐야 하고,
환자 상태 계속 체크하면서 신경 써야 하고…
그게 너무 힘들고," 쉴새없이 이야기 했다.
병원이라는 세계는 퇴근과 함께 끝나지 않는다.
나는 그 병원 복도에 서 있는 듯했다.
출근하지 않았지만,
오늘도 거기서 몇 시간 일한 기분이었다.
“배고파. 불닭볶음면 먹고 싶다.”
불닭볶음면 두 개와 스트링 치즈 하나,
삼각김밥 하나.
편의점 안에서 컵라면이 익기를 기다리며,
아내는 또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오늘 신환 중에 독거노인 한 분이 있었어.
기초수급자인데 몸도 안 좋고 말도 잘 못 하고…
보호자는 전화도 안 받고…
손도 엄청 차가운데,
그런 분 보면 안쓰럽더라.”
나는 답을 찾지 못하고 조용히 면을 저었다.
아내는 불닭 한입 먹고, 입을 후후 불며 말했다.
“이 맛이야. 오늘 하루 버틴 보람이 있네.”
나도 따라 한입. 입 안이 얼얼할 만큼 맵지만,
그보다 먼저 마음이 뜨거워졌다.
우리는 함께 먹는다.
땀 흘리며, 침묵 사이로 아내는 조금씩 진정된다.
매운 소스처럼 진한 하루를,
그녀는 지금 이 자리에서 천천히 흘려보낸다.
“근데 너도 같이 먹는데 왜 나만 살이 찌냐…”
내가 툭 던지자, 그녀는 피식 웃었다.
힘들고 매워도, 찌든 하루가
불닭 소스처럼 쌓여 있어도,
이렇게 옆에서 함께 먹고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병원 밖 퇴근 후 30분.
이 짧은 시간은 그녀가 하루를 정리하고,
내가 그 하루에 같이
걸어 들어가는 시간이다.
불닭볶음면은 매웠지만,
그녀의 하루는 그보다 훨씬 더 매웠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그 매운 하루를 같이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