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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살짝 쿵?!(한쪽 깜박이)

한쪽 깜박이

by 필경 송현준

한쪽 깜박이: 편향된 시선으로 가는 길

어느 날이었다. 운전 중에 문득 사이드미러를 봤는데, 내 차의 한쪽 깜박이 등이 나간 것을 알았다. 방향 전환을 할 때마다 한쪽만 깜빡이는 불빛이 거슬렸다. 불편했지만, 그래도 '운전은 된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며칠을 보냈다. 어차피 가던 길을 계속 갈 수 있으니, 굳이 시간 내서 고치러 갈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나의 불편함은 내가 감수하면 될 일이고, 다른 운전자들이야 잘 보지 못한다 해도 큰 문제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 애써 외면했다.


하지만 그 무심함 속에서, 나는 문득 깨달았다. 나는 단지 깜박이 등이 하나 나간 것이 아니라, 내 인생에서 늘 '한쪽으로만 깜박이고' 있었다는 것을. 내가 가려는 방향을 타인에게 온전히 알릴 수 없었고, 정작 나 자신조차 반쪽짜리 시선으로만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본 풍경도, 내가 이해한 진실도 늘 반쪽짜리에 불과했다. 괜찮다고 여겼던 나의 사고방식, 나의 소통 방식이 얼마나 편협하고 이기적이었는지

뒤늦게 깨달았다.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며 살아온 시간들. 나의 편의와 생각에 맞춰 한쪽 깜박이만 켜고 달리던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분명 나는 나름대로 목적지를 향해 최선을 다해 달리고 있다고 믿었지만, 그것은 '나만의 최선'이었을 뿐이었다. 신호는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내가 어디로 갈 것인지는 모든 주변 사람들이 알아야 하고, 그것을 정확히 알리는 것이 도로 위의 기본적인 약속이었다. 일방적인 소통은 결국 타인에게 혼란을 주고, 궁극적으로 나 자신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 단순히 물리적인 깜박이 등을 고치는 것을 넘어, 나의 '시선'과 '사고방식'을 고치기로 했다. 이제는 한쪽 눈으로만 세상을 보지 않겠다. 내가 익숙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오히려 나의 시야를 가두고 있었음을 인정한다. 나와 다른 방향으로 가는 길도 한 번쯤 멈춰 서서 그 풍경을, 그 사람의 이야기를 바라보겠다. 그들의 관점을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내 길만 고집했던 편협함을 반성한다.


빛은 양쪽이 고르게 켜져야 진짜 방향을 비출 수 있듯이, 삶의 진정한 방향 또한 편향된 시선이 아닌 넓은 시야에서 찾을 수 있음을 알았다. 서로 다른 빛들이 조화를 이룰 때, 우리는 비로소 온전한 길을 발견할 수 있다. 한쪽 깜박이 등의 고장은, 나에게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귀한 깨달음을 안겨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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