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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살짝 쿵?!(세대의 그림자)

세대의 그림자

by 필경 송현준

대의 그림자: 손끝에 갇힌 관계의 역설


어쩌면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이, 그리 오래 남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때때로 찾아온다. 가족이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밥을 먹을 때도,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휴식을 취할 때도, 우리는 각자의 손끝에 갇혀버린 시대에 살고 있다. 한 공간에 머물지만, 우리의 의식은 멀리 떨어진 스크린 속으로 표류한다. 따뜻한 말 한마디보다는 차가운 화면이, 눈빛보다는 화면 속 텍스트가 더 익숙해진 우리의 일상이다.

언제부터였을까. 사람 사이의 대화는 미처 끝을 맺지 못하고 끊어지기 일쑤고, 고개를 떨군 채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지 않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침묵 속에서 각자의 스마트폰 화면만을 응시하는 그 풍경은, 더 이상 낯선 장면이 아니다. 세상은 이제 목소리의 울림보다는 손끝의 간헐적인 터치로만 이어지고, 모든 것이 디지털이라는 이름으로 변해 가는 시대. 우리의 삶은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디지털의 톱니바퀴 속에서 개인은 점점 더 고립되어 가는 역설을 맞이한다. 기술의 발전이 더 큰 연결을 약속했지만, 우리는 정작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연결마저 놓치고, 서로의 존재를 잊어가고 있다.


그토록 당연했던 가족과의 저녁 식사 자리 대화, 친구와 밤새도록 웃고 떠들던 소중한 추억들은 이제 아련한 옛이야기가 되었다. 함께 웃으며 밥을 먹고, 하루의 작은 기쁨과 슬픔을 나누던 그 따스한 시간들이 얼마나 그리운지 모른다. 눈을 마주 보고 마음을 전하던 순간들은 스크린 뒤로 숨어버렸고, 우리는 각자의 섬에 갇힌 채 표류하고 있다. 이 고립감 속에서, 과연 진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차가운 디지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따뜻한 인간의 온기로 돌아올 수 있기를. 스크린 너머의 세상도 좋지만, 바로 옆에 있는 소중한 이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로 우리가 스스로 만든 휴대폰이라는 노예 상태에서 해방될 수 있다면 좋겠다. 말없이 흘려보내는 이 시간들이, 먼 훗날 아득한 후회로 남지 않기를. 우리의 진정한 연결은, 결코 손끝의 터치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깨달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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