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 캐피탈]EP14-최초의 균열

by 다소


김민준의 세계는 이제 세 개의 전선에서 동시 다발적인 공격을 받고 있었다.

그의 화려한 요새는 안팎에서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첫 번째 공격은 가장 날카롭고 지적인 위협, 최기환 기자로부터 시작되었다.

김 비서로부터 최 기자의 인터뷰 요청을 전해 들은 순간, 민준의 뇌는 1초에 수만 번씩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거절은 곧 자백이다. 수락은 사형 집행 동의서에 사인하는 꼴이다. 그는 잠시 숨을 고르고, CEO의 가면을 완벽하게 고쳐 쓴 채, 가장 교묘한 방어막을 쳤다.


"김 비서, 한국경제일보는 우리나라 최고의 경제지입니다. 그런 곳과의 인터뷰를 허투루 할 수는 없죠. 지금은 싱가포르와 홍콩 쪽 해외 투자자들과의 릴레이 화상 미팅 때문에 일정이 꽉 차 있으니, 다음 주 후반쯤으로 일정을 조율해 보세요. 그리고 기자님께는, 심도 있는 답변을 위해 미리 상세한 질문지를 이메일로 보내주시면 저희가 더 충실히 준비할 수 있다고 정중히 예의를 갖춰서 말씀드리세요."


이것은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해외 투자자'라는 허울로 자신의 격을 높이는 동시에, '다음 주'라는 시간적 여유를 벌고, '질문지 이메일 요청'으로 예측 불가능한 라이브 인터뷰를 통제 가능한 서면 답변으로 바꾸려는 시도였다.


같은 시각, 한국경제일보 편집국에서 최기환은 김민준의 비서에게서 온 이메일을 읽고 있었다. 그의 입가에 냉소적인 미소가 번졌다. '해외 투자자, 이메일 질의서….' 그는 생각했다.


'이 놈 생각보다 영리하게 방어하려 드네. 하지만 이런 교과서적인 회피는, 오히려 숨기는 게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지.'


최기환은 서면 질의서를 보낼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는 사냥감이 파놓은 안전한 참호 안에서 싸워줄 생각이 없었다. 그는 즉시 박성철 팀장에게 다시 메일을 보내 가볍게 식사라도 대접하며 몇 가지만 더 여쭙고 싶다고 제안했다. 그는 정공법이 막히자, 성의 가장 약한 부분, 바로 김민준의 과거를 집요하게 파고들기 시작했다.


두 번째 공격은 그의 자금줄을 좀먹는 가장 원초적인 위협, 백 사장에게서 시작되었다.

월말이 되자, 그의 개인 휴대폰으로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우리 김 대표, 이번 달 배당금 잊지 않았지? 말일까지. ^^'


민준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멤버 관리' 엑셀 파일을 열었다. 이번 달 신규 투자 유치액은 총 7억 8천만 원. 백 사장에게 보낼 돈은 2억 3천4백만 원이었다. 이 거액을 한 번에 이체하면, 한소희 명의의 계좌는 즉시 금융감독원의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에 걸릴 위험이 있었다. 그는 하루 종일, 은행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돈을 천만 원 단위로 쪼개 수십 번에 걸쳐 이체해야만 했다. 클릭, 이체, 클릭, 이체… 반복적인 행위 속에서 그의 영혼이 갈려나가는 듯했다.

모든 이체를 마치고 엑셀 시트의 '지출'란에 '-234,000,000'이라고 입력하는 순간, 그의 '운용 가능 자금' 셀이 경고를 의미하는 붉은색으로 바뀌었다. 그의 폰지 사기를 지탱하던 피 같은 돈이 거대한 구멍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그는 이 자금 흐름이 3개월 안에 완전히 마비될 것이라는 것을, 차가운 숫자를 통해 확인했다.


마지막 공격은 가장 사랑스럽고 순수한 얼굴을 하고, 그의 미래를 향해 날아왔다.


그날 저녁, 그는 소희와 함께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있었다. 소희는 행복한 얼굴로, 그러나 조금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민준 씨, 아빠가 지난번에 난 '테크 인사이트' 기사 스크랩까지 해놓으셨어. 우리 사위 될 사람이라면서 어찌나 자랑하시는지. 이제 민준 씨 사업도 이렇게 안정됐는데… 이번 주말에, 우리 부모님께 정식으로 인사드리러 가는 거 어때?"


민준의 손에 들려 있던 포크가 접시에 부딪히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부모님 인사. 그것은 연인 관계의 지극히 자연스러운 다음 단계였지만, 그에게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다. 그녀의 부모님은 분명 물을 것이다. '자네 부모님은 어떤 분이신가?' 시장에서 떡볶이 가게를 하신다고, 평생 기름때 묻은 손으로 살아오셨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의 성공 신화는 그의 부모님을 언급하는 순간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릴 터였다.

그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물론이지, 소희 씨. 나도 정말 그러고 싶어. 그런데… 지금 정말 중요한 해외 투자 건이 막바지라… 이 프로젝트만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내가 바로 찾아뵙고 정식으로 인사드릴게. 조금만 기다려줘."


그가 오피스텔에 돌아와 지친 몸을 소파에 던졌을 때, 이전 직장 상사인 박성철 팀장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며칠 전 보낸 그의 아첨 섞인 메시지에 대한 답장이었다.


'오! 민준 씨! 메시지 봤네. 이야, 내가 다 뿌듯하네. 밥 좋지! 이번 주 금요일 저녁 어때? 마침 우리 옛날 기획팀 동료들 몇 명이랑 연락이 닿았는데, 다들 자네 엄청 궁금해하더라고. 내가 다 불렀으니까 오랜만에 얼굴 한번 보자고!'


민준은 스마트폰을 쥔 채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완벽한 외통수였다. 그의 미래(소희의 부모님)는 그의 뿌리를 요구하고 있었고, 그의 과거(옛 직장 동료들)는 그의 현재를 확인하기 위해 몰려오고 있었다.


그날 밤, 민준은 자신의 화려한 오피스텔 거실 한복판에 서 있었다. 그의 요새는 사방에서 공격받고 있었다. 최기환이라는 외부의 적, 백 사장이라는 내부의 기생충, 그리고 박성철과 소희의 부모님이라는 과거와 미래의 유령들. 그는 더 이상 이 공격을 막아낼 수 없다고 느꼈다.


"흐으윽…!"


그의 목에서 기이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심장이 가슴을 찢을 듯이 뛰고, 눈앞의 화려한 강남 야경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그는 바닥에 주저앉아 가슴을 움켜쥐었다. 공황발작이었다. 성공의 정점에서, 그는 가장 완벽한 고립감과 공포에 사로잡혔다.

한참을 바닥에서 경련하듯 몸을 떨던 그는,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이대로는 죽는다. 이대로는 무너진다. 그의 눈빛이 공포에서 벗어나, 생존을 위한 광기로 번뜩이기 시작했다.


'수습은 불가능해. 이 배는 이미 침몰하고 있어. 구멍을 막을 게 아니라… 새로운 배를 만들어 갈아타야 해. 아무도 침몰시킬 수 없는 거대한 배를.'


그는 노트북을 열었다. 그의 손가락은 더 이상 폰지 사기 장부를 향하지 않았다. 그는 파나마 페이퍼 사건 기사들을 읽기 시작했고, 조세 회피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주는 대행사들의 웹사이트를 뒤졌다. 그는 검색창에 새로운 단어들을 입력하기 시작했다.


'해외 유령 회사 설립 절차.' 'M&A 허위 공시 처벌.'


조금씩 커져가는 균열은 그를 한 번에 무너뜨리는 대신, 그를 더 깊은 지옥으로 떠밀고 있었다.


[15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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