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 캐피탈]EP16-프로젝트 프로메테우스

by 다소


공황의 심연에서 기어 나온 민준은 더 이상 이전의 민준이 아니었다.


수세에 몰려 파멸을 기다리던 겁먹은 사기꾼의 껍질을 깨고, 그는 이제 자신의 파멸을 향해 스스로 액셀을 밟는 광기의 도박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의 새로운 계획, '프로젝트: 프로메테우스'는 방어가 아닌, 모든 것을 건 총공격이었다.


그의 첫 번째 행동은, 신이 내린 기적, 혹은 악마의 속삭임이었던 암호화폐 수익률을 무기화하는 것이었다.

그는 이 행운이 단순한 요행이 아닌, 자신의 천재성을 증명하는 예언의 실현으로 포장해야만 했다. 그는 그의 추종자들, '불개미 군단'이 직접 볼 수 있도록 스크린샷을 올리는 대신, 훨씬 더 교묘하고 세련된 방법을 선택했다. 그는 PR 에이전시 유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유 대표님, 저 민준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시장에서 아주 흥미로운 데이터 포인트가 하나 생겨서 연락드렸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오래전에 묻어두었던 포트폴리오에서… 이례적인 수준의 변동성이 관측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기적적인 행운을, 마치 연구자가 현미경으로 미생물을 관찰하듯 건조하고 분석적인 언어로 포장했다. 그는 1억 3천만 원의 수익이 찍힌 스크린샷을 그에게 보냈다. PR 전문가인 유 대표는 그 안에 담긴 폭발적인 가치를 즉시 알아차렸다. 그의 목소리는 흥분 대신, 차가운 전략가의 그것이었다.


"김 대표님, 아시겠지만 사람들은 숫자에 더해 이야기가 더해진다면 미친 듯 반응하죠. 이걸로 김 대표님의 예측이 주식 시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겠군요. 김영진 기자에게는 제가 연락하겠습니다. 반드시 '단독'으로 처리하죠."


모든 것은 민준의 각본대로였다. 그는 마지못해 허락하는 척하며 전화를 끊었다.


다음으로 그는 '불개미 군단'을 향한 새로운 복음을 작성했다.


'자산군 교차 상관관계에 대한 단상' 지극히 학술적으로 보이는 제목의 글이었다.


'…많은 이들이 주식과 암호화폐를 별개의 자산군으로 분류하지만, 저는 그 기저에 흐르는 거대한 '서사적 공명'에 주목해왔습니다. 반도체 공급망의 재편이라는 거시적 서사가, 특정 밈 코인이 가진 대중문화적 서사와 만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의 폭발. 저의 시냅스 알고리즘은 바로 이 공명의 순간을 포착해냅니다…'


그는 자신의 사기 이론을 자신의 행운에 자연스럽게 엮어가며, 모든 것을 처음부터 계획된 예언이었던 것처럼 둔갑시켰다. 그리고 글의 마지막에 '하나의 작은 관측 결과'라며 스크린샷을 첨부했다.

잠시 뒤, 그의 글이 퍼진 커뮤니티는 거의 종교적인 광기로 폭발했다. 그는 이제 주식의 신을 넘어, 금융 시장 전체를 꿰뚫어 보는 전지전능한 존재로 격상되었다.


그의 명성이 절정에 달했을 때, 그는 마지막 사냥을 위해 고래들을 소집했다. 그는 부동산 사업가 박 사장과 의사 최 원장에게 '긴급 기밀 투자자 브리핑'이라는 이름으로 소집령을 내렸다. 약속 장소는 '워크플렉스'의 가장 비싼 컨퍼런스 룸. 그는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그들을 맞았다.


"두 분께만 먼저 공개하는 극비 정보입니다."

그는 자신의 코인 수익률을 다룬 '테크 인사이트'의 후속 기사를 보여주었다.


''Next Buffett' 김민준의 미다스의 손, 암호화폐 시장까지 뻗쳤다!'


이미 민준에게 홀려있던 호구들, 두 투자자의 눈이 탐욕으로 빛났다.

민준은 이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의 목소리는 이전의 연극적인 톤이 아닌, 냉정한 사업가의 그것이었다.


"최근, 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둔 한 대형 운용사에서 저희의 가치를 저울질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가진 기술의 잠재력을 알아보았지만, 동시에 우리의 체급이 아직 작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헐값에 우리를 집어삼키려는 의도가 명백하게 보입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 창밖을 내다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딱 한 번의 비공개 투자 유치를 결정했습니다. 공식적인 인수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이 자금으로 서버를 증설하고 핵심 인력을 영입하여 저희의 기업 가치를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끌어올리는 겁니다. 지금의 투자는, 반년 뒤 협상 테이블에서 우리의 '몸값'을 결정할 마지막 카드입니다. 그들에게 우리가 얕볼 수 없는 상대라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전쟁', '동맹군' 같은 유치한 단어는 없었다. 대신 '협상', '몸값', '레버리지' 같은 냉정한 단어들이 그들의 이성과 탐욕을 동시에 자극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을 넘어, 월스트리트의 거대 자본과 대등한 싸움을 벌이는 주인공이 된다는 착각에 빠졌다. 박 사장과 최 원장은 그 자리에서 각각 수십억 원의 추가 투자를 약속했다.


김민준은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와, 승리의 위스키를 따랐다. 그는 완벽하게 판을 지배했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그의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몰랐던 것이 있었다. 같은 시각, 최기환 기자는 자신의 책상에서 '테크 인사이트'에 올라온 김민준의 새로운 기사를 읽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이전의 냉소적인 미소가 아닌, 차가운 분노로 굳어 있었다.


'이건 단순한 이력 위조 사기가 아니야. 암호화폐 수익률? 인수합병? 이놈은 지금, 대중을 상대로 마지막 폭탄을 터뜨리려는 거야.'


그의 기자로서의 직감이 강한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이것은 더 이상 한 명의 허풍쟁이에 대한 가십거리가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피 같은 돈이 터지기 직전의 시한폭탄 위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천천히 증거를 수집하며 기사를 준비할 시간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당장 이 광기를 멈춰야만 했다.

최기환은 자신의 취재 수첩과 박성철과의 통화 녹취 파일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곧바로 달려가 편집국장의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그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고 단호했다.


"국장님, 지금 제가 맡은 김민준 대표 취재 건 말입니다. 이건 생각보다 훨씬 큰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당장 탐사보도팀으로 전환을 요청합니다.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수백, 수천 명의 인생이 떠내려갈 겁니다."


최기환 기자는 더 이상 조용한 사냥꾼의 모습으로 추적하지 않았다. 그는 이제, 댐이 무너지기 전에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17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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