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죽음 서적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 유성호 지음

by 알레로그

나의 첫 죽음 서적


나의 첫 죽음 서적은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였다.


어떤 계기로 이 책을 골랐는지는 정확히 생각나진 않지만, 부제로 나와있는 “서울대학교 최고의 ‘죽음’ 강의”라는 문구가 이 책을 집어 들게 만들었던 것 같다. 내가 읽은 죽음 관련 서적은 이 책이 처음이지만, 아마 ‘죽음 강의’라는 단어가 내 눈에 들어왔던 것을 보면 그 이전부터 관심이 있었지 않았을까 싶다.


이 글을 쓴 저자는 아주 독특한 직업을 갖고 있는데, 바로 ‘법의학자’라는 소위 말해 부검을 수행하는 직업이다. 책에서 언급하기를 당시 우리나라의 법의학자는 총 40명 정도로 하나의 관광버스에 모두 들어갈 정도로 적은 숫자인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불의의 사고가 날 것을 대비해 세미나가 있으면 각자의 교통수단을 이용해 세미나에 참석한다고 한다.


극소수의 사람만 갖고 있는 직업이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낯선 직업이지만, 운 좋게도 나는 법의학자라는 직업이 그렇게 낯설지 않았다. 어렸을 때 인상 깊게 보았던 드라마 ‘싸인’이 법의학자들이 부검을 통해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드라마였고, 당시의 충격적인 마지막화의 장면은 아직도 나에게 선명하게 그려지는 듯하다.


※ 누군가에게는 스포가 될 수 있으므로 궁금한 사람만 긁어서 확인 요망

(당시 주인공은 범인을 잡을 증거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 피해자가 되었고, 주인공에게 맨날 구박(?) 받던 제자가 스승의 몸을 부검하는 장면이 아직도 눈에 생생하다. 많은 작품을 접하지 않았던 당시의 나에게 주인공이 죽는다는 설정은 과장을 조금 보태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의 충격이었다.)


당시의 나는 추리 애니메이션인 명탐정 코난도 즐겨보았는데, ‘탐정’이라는 직업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죽음 뒤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법의학자’라는 탐정의 대체제로써 나의 아주 짧은 장래희망이 되기도 했었다. 법의학도 결국 “의학”이기에 공부에 소질이 없던 나는 빠르게 꿈을 접었지만.. 결국 한 때의 우상 같은 사람이 흥미로운 주제로 글을 썼으니 고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추천 죽음 인문서 -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한 때 추리 덕후였던 내 사심을 제외하더라도, 이 책은 정말 잘 쓰인 죽음 강의서적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감히 이런 평가를 할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호감을 제외하더라도 ‘죽음’에 관한 내용을 처음 접하기에 적절한 책으로 이 책을 추천하는 데에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죽음과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쓴 책이기 때문이다. 앞서 책을 소개하면서 법의학자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했었는데, 내 개인적인 호감을 빼더라도 법의학은 누가 뭐라고 해도 죽음과 굉장히 가까운 분야다. 저자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시체를 마주하는 일이며, 저자의 글을 통해서 우리는 그의 깊고 많은 통찰들을 엿볼 수 있다. 책을 읽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다른 사람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접하기에는 법의학자의 글이 매우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저자가 ‘법의학자’이기 때문이다. ‘뭐야 첫 번째 이유랑 똑같잖아’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내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어서 따로 분리를 했다. 법의학이라는 분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법’과 ‘의학’이 합쳐져 있는 분야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 안에서 ‘의학’에 따른 죽음의 분류와 ‘법’에 의한 죽음의 분류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책 속에서는 각각을 ‘사망 원인’과 ‘사망 종류’로 칭한다.) 이 분류 체계 방식을 접하는 것 자체가 죽음에 대한 지식의 기틀을 다지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실제로 나는 이 책을 읽고 유서를 작성해 보았는데, 내 유서를 작성하면서 내가 마주하게 될 죽음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구체화하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마지막 세 번째 이유는 저자가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사례와 저자의 경험들이 한국적이기 때문에 매력적이다. 예를 들면, 사망 판정 후에 사망 진단서나 시체 검안서는 대법원과 통계청으로 전달되어 사회적 장치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활용된다는 내용이 본문 중에 있다. 당연히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프로세스가 마련되어 있을 수 있지만, 만약 저자가 외국인이었다면 나는 한국에도 비슷한 체계가 있는지 따로 확인해봐야 했을 것이며, 만약 프로세스 중 한국에는 존재하지 않는 기관이 개입하는 경우 따로 확인을 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또 죽음에 관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해관계를 소개하는 사례들도 한국의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있어 쉽게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아직 죽음에 관해 접한 적이 없다면, 또는 해외에서 발행된 책만 접해보았다면 내가 처음 접한 죽음 서적인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를 읽어보기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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